정신교육 들어갑니다
아직 추워지기 전 가을,
본가에 갔다가 엄마, 아빠, 막내동생과 외식을 하러 나간 적이 있다.
보통은 여동생이 항상 끼기 때문에 여동생이 없는 이 조합으로 식사를 한 적은 처음이었다.
외식 장소는 양꼬치집!
양꼬치뿐만 아니라 지삼선, 꿔바로우, 볶음밥까지 다양한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칭따오 대신 다른 맥주와 소주로 짠!
처음으로 꾸려진 이 조합에 가족들은 신나게 먹고, 마시고 근황을 이야기하며 즐거운 식사 시간을 보냈다.
문제는, 막내가 점원분에게 볶음밥과 먹을 밑반찬 추가를 요청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인기가 많은 식당이었는데, 점원이 한 명뿐이라, 두 번 정도 요청했는데도 정신이 없으셔서 우리 테이블의 요청사항을 잊어버리신 듯했다.
그러자 아빠가,
“아가씨! 여기 밑반찬 달라고 두 번 얘기했는데!”
하고 점원분께 말했다.
그 순간 막내와 내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우리는 아빠를 향해 동시에 “아빠아아아!!!!” 하고 소리쳤다.
우리가 합창하듯 외치아 아빠의 눈도 휘둥그레졌다.
내가 먼저 말했다.
“아빠! 아가씨가 뭐야, 아가씨가? 그렇게 말하면 안 돼.”
막내가 이어서 말했다.
“아빠, 그렇게 소리치듯 말하면 어떻게 해. 그리고 아무리 반찬이 늦어졌어도 반말하면 안 돼!”
“아빠, 어디 가서도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아니지? 진짜 큰일 나. 이제 아빠, 숏츠에 찍혀가지구, 어?! 큰일 난다. 이 아죠씨가 진짜 세상물정 모르시네.”
우리가 랩을 하듯 아빠를 몰아붙였다.
우리가 속사포로 아빠 말하자 아빠는,
“아니이, 그게 아니라아, 여러 번 얘기했는데 안 가져다주니까…” 하고 변명을 했다.
특히 요식업계에 근무하는 막내는,
“아빠 그렇게 하면 우리 가게에서 서빙시켜볼 거야. 아빠도 해봐야 알아. 저 입장이 되어봐야 안다니까.” 하고 아빠를 위협(?)했다.
그제야 아빠는
“미안해에… 아빠가 흥분했네…”
하며 반성하는 기색을 드러냈다.
“아니, 우리한테 미안할게 아니라, 점원한테 그러면 안돼. “ 마지막까지 신신당부를 잊지 않았다.
아빠는 두 자녀의 정신교육으로 다소 혼미한 정신상태인 듯했지만, 조금 뉘우치는 듯한 모습에 우리는 수긍했고, 엄마는 ‘어릴 때랑 완전히 반대가 되었네.’ 하는 모습으로 옆에서 웃고만 있었다.
작은 에피소드를 뒤로하고 우리는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배를 내밀고,
“배도 부르니까 집까지 걸어갈까?” 하고 산책 겸 집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걸어가는 길에 보인 아이스크림집. 배는 부르지만 왠지 몸 안에 알코올이 들어가면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 진다. 이것은 우리 집 DNA의 문제였는지, 아빠가 “아이스크림 먹을 사람?” 하고 먼저 물어본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나아아아!!!!!!”하고 소리치며 아이스크림 가게로 들어갔다.
“앗싸, 나는 녹차마루. 녹차는 살 안찌쥬~?” 하고 나는 녹차마루 두 개를 골랐고, 엄마는 메로나, 막내는 초코, 아빠는 가게 한 바퀴를 돌며 아이스크림을 털 기세로 이것저것 종류별로 담았다. 이이스크림은 살 때 여러 개 사서 냉동실에 넣어두는 것이 우리 집 전통(?)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봉지 가득 아이스크림을 사서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자, 경비원분께서 인사를 해주셨다. 아빠는 성큼성큼 경비원분께 다가가더니,
“몇 명이세요?” 하고 물었다.
경비원분이 당황하며,
“예..? 몇 명이요?” 하고 묻자, 아빠는
“아, 오늘 몇 명이 근무하세요? 아이스크림 좀 드리려고요.” 하고 자세하게 대답했다. 그러지 경비원분께서도 경계를 풀고
“다섯 명이요.” 하고 답해주셨다.
아빠는 봉투에서 아이스크림 다섯 개를 꺼내 경비원분께 드렸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조금 전까지 식당 점원에게 무례한 듯한 말을 하던 아빠가, 이렇게 주변의 사람들에게 친절히 대하다니?
사람은 양면적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원래 아빠는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인데, 식당에서 잠깐 흥분한 것이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식당에서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이렇게 상냥하게 구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오올, 아빠. 아이스크림 나눔. 멋진데~?” 내가 아빠를 칭찬하자 아빠는 씩 웃는다. 엄마가 옆에서 “너네 아빠는 원래 주변 사람을 잘 챙겨.” 하고 거든다. 아빠는 쑥스러운 듯 아이스크림 봉투를 흔들며 앞으로 쌩 하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엄마와 나는 크게 웃었다.
그래, 아빠가 무례한 행동을 하면 우리가 지적하고 알려주면 된다. 아빠가 인지하지 못한 행동에 대해서 알려줄 사람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어른이라고, 아버지라고, 더 오래 살았다고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 어른들도 실수를 하고 다시 깨달음을 얻는다. 원래는 이렇게 따뜻한 마음씨의 아빠다. 이게 진짜 아빠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카르마다.
종업원에게 무례하게 굴어 깎인 아빠의 복은,
경비원분에게 다정하게 굴어 다시 원복 되었을지 모른다.
마이너스 플러스 제로.
그렇게 웃으며 집으로 돌아와 손을 씻고 아이스크림을 뒤적거리니 희한하다…
“아빠, 그런데 혹시…. 내 녹차마루 경비원분께 드렸어…? “
내가 떨리는 마음으로 묻자 아빠는 “으응..? 모.. 모르겠는데 집히는 데로 잡아서 드렸어.”
“으악! 두 개 넣었는데…! 두 개 다 드렸나 봐.”
“아이고. 이를 어쩌냐.”
“큰누(큰누나라는 뜻으로 막내가 나를 부르는 명칭이다), 그냥 초코맛 드셔. 크크크. 녹차마루는 좋은 데로 갔을겨.”
눈물을 머금고 나는 초코 아이스크림을 꺼내 물었다.
나를 뺀 모두가 행복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