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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넛 Dec 19. 2023

돌봄의 기쁨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여보~ 애들 물 줬어~?"

아빠가 엄마를 향해 외쳤다.


그 소리를 들은 나는 생각했다.

'나는 딱히 목이 마르지 않은데...'


그런데 엄마가

"응, 아까 가습기 틀어줬어." 라고 답을 했다.


'가습기? 가습기 만으로 목이 축셔지나?' 라고 의아해하던 참이었는데,

두 분의 시선이 내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해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바로 이 아이들.

엄마 아빠가 말했던 애들은 우리가 아닌 바로 식물들이었다.


이런, 오해를 해도 단단히 했던 것이다.

'아차, 내가 아니라 식물 아이들을 두고 했던 말이었구나.'


"아이고, 추워지니까 잎이 자꾸 마르네."

엄마가 애정과 걱정을 담아 식물들을 하나 하나 살피고 있었다.


자녀들을 다 키워뒀는데도 두 분은 또다른 보살핌을 행하고 있다.

나는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쉽지가 않은데, 엄마 아빠는 왜 자꾸 누군가들 살뜰히 보살피고 관심을 갖고 아껴주려 하는 것일까.


“엄마, 식물 기르는거 재밌어?”

“응, 재밌어.“

엄마는 계속해서 말했다.


“이파리 하나가 시들시들 해서 버리려고 했거든? 그런데 그 녀석을 물에 담궈놨더니 그새 뿌리가 자란거야. 식물의 생명력이 대단하고, 삶에 대한 의지가 보이는거야. 얘네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열심히 살아가잖아. 너무 기특하지 않니?”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열심히 자라고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고 엄마는 말했다.

식물들을 향한 애정이, 따스한 다정함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엄마 아빠에게 식물들은 자라는 것 만으로, 존재 만으로도 소중한 듯 했다.

나처럼 그 존재 가치를 모르는 사람은 알 수 없는 기쁨,키우는 재미였다.




날이 많이 추워져 베란다에 있던 식물들이 거실을 점령했다.


길거리에 흔한 잡초였을 식물들이 엄마 아빠를 만나 귀한 식구가 되었다.


엄마는 식물들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열심히 살아간다고 했지만,

그네들의 삶의 투지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게 아니었다.

매일 매일  물을 주고, 잎이 노래지는걸 알아봐주고, 따스하지만 빛이 드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적정한 온도를 유지해주는 엄마 아빠의 돌봄이 있었다.

누구보다도 알아주는 삶인 것 같았다.


엄마 아빠의 식물을 향한 애정이, 다정함이, 나에게도 녹아져 있을 것이다.

그게 오늘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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