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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넛 Dec 17. 2023

AI가 사람을 대체할까?

프롬프트에 담긴 사람의 의도

몇 주 전 개발자 동료들과 저녁 모임이 있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지만 아무래도 빠질 수 없는 것이 'AI'와 과련된 이야기들.

나는 최근이 이미지 생성형 AI에 관심이 많았는데, 생성형 AI의 발전에 따른 일러스트 및 이미지를 기반으로 하는 업계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끼칠 영향이 우려스럽다는 얘기를 꺼냈다.

아래의 글을 쓰면서 체험해 본 생성형 AI의 품질에 크게 놀랐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https://brunch.co.kr/@b5c587877bef4c6/161


내 경험을 빗대어 인간의 일자리와 AI중심의 생활환경 변화가 두렵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자,

개발자들이 반발했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며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편의가 증진되지 않을까. 결국은 사용하는 인간에 따라 달려있다.'는 얘기였다.


개발자들이 오히려 기술에 가까워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기술에 더 가까워서였을까? 새로운 기술을 쉽게 받아들이는 그네들의 특성이였을까? 기술을 다루는 인간과 그 기술이 향할 인간 생활의 편의와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게 신기하고 놀라웠다.


고도화되는 기술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개발자들의 생각이 의외였지만  '그래도 인간 위에 AI가 군림할 것이다.'는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의 틀은 크게 바뀌지 않은 채 그날의 모임은 끝이 났다.

(그렇다. 나는 디스토피아적인 장르를 너무 좋아하는 게 탈이다...)


그리고 며칠 뒤, 무료했던 나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무엇이든 AI로 그려드립니다' 시리즈를 올렸다.  

스토리를 보고 몇 명의 사람들이 그림을 의뢰했다.

그리고, 의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는 개발자들이 하려고 했던 말의 의미를 조금은 깨달아 버리고 마는데....


의뢰 내용은 이것이었다.


눈 오는 날 혼자 걷고 있는 여자를 그려주세요.



여러 가지 이미지를 추출한 다음 아래 이미지를 선택했다.


그리고 답변에 이렇게 메시지를 달았다.

혼자여도 씩씩하게 걷고 있는 모습을 상상했어요.





의뢰인의 '혼자 길을 걷고 있는 여성'의 이미지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처음 나왔던 이미지들은 다음과 같았다.




몇 개의 이미지를 확인한 결과, 이미지 안의 여성이 너무 외롭고 쓸쓸해 보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던 나는 '밝게 웃는'이라는 키워드를 포함해서 최종 결과를 뽑아 의뢰인에게 전달한 것이었다.


최종 결과를 본 의뢰인에게서 DM이 왔다.



"이 그림을 보자마자 눈물이 났어요. 요즘 왠지 쓸쓸한 마음이었는데, 이 그림을 보고 위로가 되었어요."



의뢰인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받자 나도 마음이 찡-했다.

이 그림을 뽑는 데 걸린 시간은 짧았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음에도 마음에 와닿을 수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과, 그 그림에 담긴 나의 의도(의뢰인이 쓸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가 전달된 듯해서 기분이 좋았다.


그림을 뽑는 과정에서 '의뢰인이 요청한 그림이 밝은 느낌이었으면 좋겠다.', '씩씩하고 당당한 느낌으로 걷는 여성이었으면 좋겠다.'는 나의 의도가 프롬프트에 담겨있었고, 비록 내가 직접 그린 그림은 아니지만 생성형 AI라는 도구를 잘 활용한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개발자들이 했던 '고도화된 기술은 도구일 뿐인고, 결국 그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사람에 달렸다.'는 말의 의미가 이해되던 에피소드였다.


기술의 긍정적인 면을 이야기해 준 개발자들에게도,

그림 의뢰를 해 준 의뢰인에게도

감사했다.


AI가 몇몇 일자리를 대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을 향하는 그 마음은 아직 사람들만의 것이다.


기술은 그 자체로서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사람을 향할 때,

긍정적이고 밝은 의도를 가질 때 힘을 갖는다는 것을 깨달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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