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점보도시락 챌린지
“이거 주말에 다 같이 있을 때 먹어볼까?”
내가 여동생에게 카톡을 날렸다.
마침 주말에 본가에 갈 일이 있었는데 동생네 가족들도 집에 들른다기에 슬쩍 던져본 미끼.
“아, 이건…! 8명이서 먹어야 한다는 바로 그…?! “
입질이 온다. 동생은 이것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우리 동네 편의점에 있다! 내가 사갈게! “
낚였다!!
동생은 재밌다고 생각했는지 직접 서치까지 해서 사 온다고 했다.
그리고 대망의 주말…
동생이 사 온 것은 바로 이 점보도시락!
무려 8인분의 거대 라면이었다.
초등학생인 조카 몸통만 한 사이즈를 보고 가족들은 다들 ‘이게 뭐야아?!’, ‘유튜브 찍으려고 그래?’, ‘엄청 크다아!’ 하고 한 마디씩 하며 웃었다.
꼬맹이들도 어른들이 웃겨하자 덩달아 웃으며 흥분했다.
라면 포장을 꺼내서 ‘여기 손 대봐. 비교하게.’ 하자 이렇게 손을 내주곤 까르르 웃는다.
라면 하나로 이렇게 온 집안에 웃음꽃이 핀다.
무려 2리터의 물을 넣고 밥공기까지 엎어둔 채 5분을 기다렸다.
우리는 기다리면서도 ‘8인분인데 다 먹을 수 있을까?’, ‘먹는 중에 면발이 불어버리면 어쩌지.‘, ’그런데 이거 영상은 찍고 있는 거야?‘ 하고 끊임없이 대화가 오갔다.
5분 뒤 뚜껑을 여니 면이 잘 익었다.
우려와 달리 점보 도시락 라면이 불 시간이 없었다. ‘도시락 오랜만에 먹는다.’, ‘여전히 맛있네.’, ‘이런 라면을 먹고 있으니 인플루언서가 된 것 같다.’, ‘1986년이면 아빠랑 나이가 똑같아요!’, ‘푸하하하하’ 하는 얘기를 나누며 후루룩후루룩 하는 소리와 함께 라면은 사라져 갔다.
일반 사이즈의 라면 8개라면 절대 사 올 일이 없었을 텐데 대왕 점보 사이즈의 라면 덕분에 우리 가족의 추억이 생겼다.
가족들이 모이면 꼭 빠지지 않고 나오는 얘기가 ’가족여행‘과 ’가족 에피소드‘다.
‘가족 여행 다녀온 지도 벌써 7년 전이네.’, ‘시간이 정말 잘 가네.’, ‘그때 가족여행에서 유럽이가 배고파가지고 엄청 울었잖아~ 그때는 말도 못 해서 엉엉 우는 이유도 모르고 아이구~’, ‘그때 할아버지랑 작은 의자에 앉아가지고 사진 찍었던 거 기억나니?’ 뭐 그런 얘기들 말이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
함께 한 시간이 없어서, 나눈 경험이 적어서 명절만 되면 ‘공부는 잘하니?’, ‘취준은 잘 되니?’ 같은 겉핥기식의 얘기만 나누게 되는 게 아닐까?
딱히 할 얘기가 없으니 영혼 없는 이야기만 오가는 것이다.
가족 간에 할 얘기가 있어야, 공통의 이야깃거리가 있어야, 같이 한 시간들이 있어야 함께 즐거울 수 있는 것 같다.
몇 달 뒤, 몇 년 뒤에 ’그때 8인분짜리 점보 라면, 못 먹을 줄 알았는데 결국 다 먹었잖아! 밥까지 말아서 싹싹! 엄청 웃겼지! 맛있고! 푸하하하하!‘ 같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에피소드가 생겼다.
함께 공유할 추억이 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