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이구 못 말린다 못 말려
이직한 회사가 절친 마늘이네 회사와 근처라 종종 만나서 점심을 함께한다.
마늘이는 나보다 훨씬 전부터 이 지역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회사 근처 맛집을 잘 안다.
처음에는 카페에서 만나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파스타 가게도 찾아가곤 했는데
어느새부터인가 마늘이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을지로는 국물 맛집이 많은 거 알지? 하동관 알 거고, 이남장이라고 들어봤어? “
하면서 을지로 st의 맛집 얘기를 꺼낸 것이다.
남초 직장에 다니느라 평소 국밥, 돈까스, 제육이라면 치를 떠는 마늘이가 나의 서울 구경을 위해 국밥을 먹으러가 가자고 해 준 것이다.
마늘이가 자주 간다는 설렁탕 집은 정말 든든하니 맛있었다.
설렁탕 자체를 오랜만에 먹기도 했거니와 찐한 육수와 파의 아삭함 조화로웠다.
지친 직장인에게 양기(?)를 넣어주는 맛이었달까?
“이 설렁탕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친한 언니랑 둘이 와서 설렁탕 하나에 수육 하나 시켜가지고 각 2병을 했단 말이야. 얼마나 수육도 야들야들한지. 술이 꼴깍꼴깍 잘 넘어가더라.”
마늘이의 찰진 추임새가 어쩐지 이 설렁탕을 더 맛나게 해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완뚝 성공!
빵빵하게 불러온 배를 부여잡고 명동 길을 걷는데 마늘이가 또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 여기 신동궁 감자탕집도 진짜 맛있는데. 이야, 이 감자탕에 진짜 네 명이서 갔는데 말이야, 가만있어보자, 몇 병을 마셨더라. 맞다. 무려 16병을 마신 거야. 크크크크 감자탕 하나에 16병. 얼마나 맛있었는지 몰라. “
나는 ”오, 그렇구나. 나도 다음에 가봐야겠네. “하고 맞장구를 쳤다.
설명을 듣다 보니 술을 잘 못 마시는 나도 술을 마시고 싶어 진다.
왠지 입 속에 알코올 향기가 퍼지는 듯하다.
신이 난 마늘이는
“아,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남편 생일에 갔던 고깃집도 맛있었는데. 거기서 몇 병 마셨더라? 둘이서 세병인가?” 하고 또 다른 맛집을 소개해주었다.
나는 잠자코 듣다가 한마디 했다.
“맛집의 기준이 술이 얼마나 들어가는 지니?”
그러자 마늘이가 깔깔 웃었다.
“어?! 그러네. 그러면 16병이 제일 맛집이네~ ”하고.
시원하게 웃는 마늘이 모습에 나도 실소가 터져 나왔다.
대학생부터 술을 즐기던 마늘이는 직장인이 된 지금도 술을 즐긴다.
안부를 물으면 ’어우, 야, 나 오늘 새벽까지 마셨어. 힘들어서 반가 냈다.’ 하는 때도 많다.
회식 자리가 너무 많아서 힘들다고 하면서도 입은 웃고 있는 마늘이.
마늘이의 맛집 기준은
’ 안주로서 얼마나 역할을 잘하는지 ‘.
오늘의 설렁탕은 소주 2병을 커버하는 맛.
마늘이 기준으로 나름 선방한 가게다.
짧은 점심시간에 마늘이의 맛집을 세 군데나 알아버리고, 정량적으로 맛집을 골라내는 기준도 찾아냈다.
하하 호호 웃다 보니 금세 지나간 점심시간.
잠깐이나마 회사원 피너츠의 가면을 내려놓는 시간이었다.
즐거운 시간은 왜 더 빨리 지나가는 걸까.
아쉬움을 뒤로한 채 우리는 각자의 회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응~ 들어가~ 오늘도 수고하고~ 다음에 또 맛있는 거 먹자~안녀엉~”
그렇게 짧은 점시간이 끝났다.
다음번엔 소주 4병을 커버하는 맛집, 부탁할게!!
(그렇다고 맛집 측정하겠다고 술 너무 많이 마시면 안 된다!!!)
마늘이가 더 궁금하다면 여기를!!
https://brunch.co.kr/magazine/policelife-juj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