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만둣국하게 떡 하고 만두 사 와
“아무래도… 떡만둣국을 먹어야겠어.”
거실에 깔아 둔 이불 위에 뒹굴거리다 번뜩! 떠오른 생각을 길동이에게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새해니까 떡만둣국을 먹는 게 좋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이다.
“에..?”
커피를 끓이던 길동이는 내 말 뜻을 알아들었겠지만, 마치 못 알아들은 마냥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의미가 내포된 희한한 소리를 냈다.
“떡 하고 만두 사 오면 떡만둣국 끓여줄게. 사다주라. 나는 지금 일어날 수가 없어요, 헤헤”
내가 먹을 것으로 유혹하자,
“으으으으…”
앓는 소리를 하며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는 길동이.
“갔다 와~!”
후후후. 나는 따뜻한 이불속에서 따스하게 심부름을 나간 그를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그가 손에 봉투 두 개를 들고 돌아왔다.
하나는 떡국용 떡이 든 봉투로, 집 앞 떡집에서 사 온 것이었다(굿 잡!) 또 다른 하나는 만두 가게 봉투.
만두 가게 봉투를 열어 만두 팩을 꺼내고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이건…?!?!!”
“이건 찐만두잖아?!”
내가 만두를 보고 묻자 길동이는
“에…?”
하는 예의 소리를 내었다.
빠직.
”떡만둣국용 만두는 전골용 만두를 사 왔어야지. “
“모둠 만두가 있길래…“
“떡만둣국 안 먹어보셨어요…? 이건 그냥 지금 먹으려고 사 온 만두잖아…?!”
내가 잔소리를 퍼붓자 길동이는 조용히 젓가락 하나를 들어 내 입에 만두를 넣어주었다.
만두를 우물우물 씹고 있으니 잔소리를 할 수 없어 잠시 평화가 찾아왔다.
태평하게 새우만두를 먹는 길동이를 보자 묘한 감정이 다시 올라오는 듯했지만… 꾹 참고 말했다.
“고기랑 김치만두는 몇 개 둬봐. 떡만둣국에 넣어도 될 듯.”
“우웅.”
코인육수와 국간장으로 육수를 내고, 떡과 찐만두 몇 개로 떡만둣국을 끓여냈다.
국물이 깔끔하고 떡이 말랑말랑한 떡만둣국이 금세 완성되었다. 다행히 찐만두도 떡국에 넣으니 전골용 만두와 다를 바가 없었다.
’ 떡만둣국 맛있다! 맛있다!‘ 를 외치며 완밥!
이번에 알았다.
어떤 용도의 만두이든 상관이 없었다.
만두를 쪄서 넣든, 바로 넣든, 전골용이든 뭐든 괜찮았던 것이다.
어떤 이름을 붙이든,
어떻게 조리하든,
만두는 만두다!
만두의 본질을 떠올리면서 다 먹은 그릇들을 치웠다.
새해 첫날부터 만두로 빚어진 대소동.
스펙터클한 한 해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