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양강장제
집 한켠 서랍에는 자양강장제 한 박스가 있다.
이 자양강장제로 말할 것 같으면(약 파는 거 아니다) 사연이 좀 있다.
본가에 가면 아빠가 자양강장제를 하나씩 꼭 챙겨주곤 한다.
아빠가 보기에는 내가 맨날 기력이 없어 보인다나?
아빠는 나에게 힘 좀 내라며 하루는 호르반, 하루는 황제, 또 하루는 글루콤 하면서 여러 가지 자양강장제와 비타민을 손에 꼭 쥐어주고, 가끔은 끝까지 먹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한다.
도대체 이 약들은 다 어디서 나오는 걸까. 매번 다른 종류를 주시니 나도 궁금해져서 아빠에게 물어봤다. 사연은 아빠가 일하는 거래처 중 하나인 약국에서 드셔보라며 하나 둘 챙겨주시기도 하고, 아빠도 매번 받기만 하면 미안해서 이것저것 사 오기도 한다는 것.
덕분에 본가에 가면 조금 더 활력이 생기는 나였다.
다양한 종류의 자양강장제를 먹어보니, 어떤 약들은 진짜 하루 정도는(…) 평소보다 힘이 더 생기는 느낌이 들었다.
게임에서 빨간 포션을 섭취하면 피(?)가 차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나만의 빨간약이라고 생각되는 약을 찾으면 아빠에게 부탁해서 거래처 약국에서 한 두 박스를 사다가 비치해 둔다.
그리고 ‘오늘은 좀 힘들 것 같은 날이군’ 하는 날에는 약 한 병씩을 챙겨 출근한다.
약을 챙겨가는 날에는 아니나 다를까
힘든 일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면 약 한 병을 따서 마시고 그날 하루를 버틴다.
약을 먹으면 피(?)가 차오르기도 하지만,
희한하게도 신체적으로 힘든 일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피곤하거나 힘든 일에도 약이 잘 받는다.
가족들을 부양해 가며 오랜 기간 일해온
숙련된 노동자를 통해 구매한 약이니까,
어쩌면 다방면으로 효과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좋은 기운이 든 약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약이어도 매번 약발로 버틸 수는 없으니(내성이 생기면 어쩌지…) 다음부터는 운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하지만 누워서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글을 쓰고 있는 걸 보면, 내일도 운동은 글렀다.
타이핑할 체력밖에 남지 않은 것을 보니 오늘 약발은 다 했다.
지금 구비해 둔 자양강장제를 다 소진하면 본가에 가서 아빠의 기운도 받고, 영험한 약도 받아와야겠다.
재충전하는 그날까진, 약발로 버텨!!!
당분간은 약의 힘을 빌어 회사생활을 이어나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