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대낮 주부 모임에 낀 직장인
평일에 하루 쉬고 싶어서, 연차를 내고 브런치 타임을 즐기고 왔다.
엄마와 동생과 함께한 평일 브런치.
1차로 홍콩 음식 전문점에서 우육면과 딤섬을 먹고,
2차로는 동생이 미리 알아둔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디저트에 티타임을 즐겼다.
평일 낮의 카페는 한적하고 조용해서 셋이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기 좋았다.
이렇게 셋이 나와서 수다 떠니까 너무 재밌다. 어떤 얘기가 나와도 꺄르르 꺄르르.
우리는 서로의 일상과 고민에 대해 한참 떠들었다.
주부들에게 가끔 생기는 혼자만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 때문에 이렇게 시간을 내주어 고마웠다.
엄마와 동생은 전업주부다.
각자의 가정을 살뜰하게 챙기느라 바쁜 두 주부.
그들의 고민은 치워도 치워도 끝없는 집안일이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구석구석 열심히 쓸고 닦고.
왜 이렇게 열심히 집안일을 하냐고 내가 물으니 두 주부가 답한다.
‘내가 알잖아.‘
누가 알아줘서 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아는 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집 안을 깨끗하게, 반짝반짝 빛나게 하는 것이 작은 성취이자 보람.
셀프 동기부여를 하는 두 사람이었다.
가족들이 편안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챙기고 돌봐주는 주부들.
자신이 세운 기준에 맞춰 묵묵히 책임을 다하는 모습.
멋지네, 이 주부들.
누군가가 당연한 일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일에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고 일상을 채워가는 두 사람을 보며 나를 비춰본다.
회사에서 눈에 띄지 않는 일을 맡고 있는 나. 눈에 띄지 않으니까 때로는 쉽게 갈까, 대충 할까 하고 흔들릴 때가 많다. 그래도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싶으니까 지지 않으려고 눈을 부릅뜨고 더러움을 마주하고 깨끗하게 치워본다.
나도 주부의 마음으로 구석구석 꼼꼼하게 챙기려고 한다.
주부여도, 직장인이어도 각자 소임을 다해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