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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만들고 싶은가요?

서비스 형상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어요

by 피넛



























요즘 유튜브에 송혜교 배우의 영상이 자주 보였다.

다음 주에 개봉 예정인 영화 ’검은 수녀들‘ 홍보를 위해 브이로그, 유퀴즈 등 다양한 채널에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오컬트 장르를 좋아해서 예고편을 봤는데 거기서 나오는 대사 중에 “12 형상을 아십니까?”라는 게 있었다.

이 대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그리게 된 이번 편.

(의식의 흐름… 무엇…)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IT 회사에는 서비스를 만드는 기획팀과 플랫폼을 만드는 기획팀이 분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서비스팀은 사용자 관점에서 눈에 보이는 서비스를 만드는 팀이고, 플랫폼팀은 그 서비스가 잘 돌아가도록 공통적인 기술을 제공한다.


킬러 서비스가 있거나 안정화 시기에 들어간 서비스라면 플랫폼도 안정화가 되어있기 때문에 플랫폼이 제공하는 스펙에 맞춰 서비스 기획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제 막 시작하거나 과도기에 있는 비즈니스의 경우 플랫폼도 서비스에 맞춰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그걸 잊은 채 플랫폼이라면 다 완성되어 있겠지, 하고 플랫폼에 맞춰 서비스를 구현하려고 하는 상황들이 종종 발생한다.


서비스팀은 사용자들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것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플랫폼팀의 도움 없다면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서비스팀은 말한다. “우리가 뭘 만들지 알려면 플랫폼이 뭘 제공할 수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반면 플랫폼팀은 답한다.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건, 당신들이 뭘 만들고 싶은지를 들어야 결정할 수 있습니다.”


결국 서비스팀은 API를 찾고, 플랫폼팀은 서비스를 요구하며 대화가 공회전하기 시작한다.

서로 누가 먼저냐를 두고 고민에 빠지는 것이다.

이런 논쟁은 그다지 생산적이지 않다.


여기서 중요한 건 ‘형상’이다. 형상은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서비스의 윤곽선이다.

아이디어가 있고, 사용자 니즈도 있지만, 그것이 형상으로 그려지지 않으면 플랫폼팀이 무엇을 어떻게 제공해야 할지 알 수 없다.


형상이 없을 때는 플랫폼팀과 서비스팀이 테이블에 앉아 함께 그림을 그려야 할지도 모른다.

서비스팀은 사용자 관점에서 기능과 경험을 제시하고,

플랫폼팀은 이를 실현할 기술적 방법을 찾는다.

형상이 생기면 API도 보이고, 데이터 흐름도 정의되며, 서비스가 구체화된다.


서비스팀과 플랫폼팀의 역할이 구분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서비스팀은 사용자만 생각하고, 플랫폼팀은 기술만 생각한다.”라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서비스팀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 플랫폼팀은 기술적 조언을 제공해야 하고,

플랫폼팀이 제한을 이야기할 때 서비스팀은 현실적인 비즈니스의 모습을 제시해야 한다.


서로의 입장 차이는 존재하지만,

서비스의 형상을 그리고, 어떤 가치를 만들고자 하는지가 눈에 보이면 협업이 시작된다.


형상이 없다면 길도 없다.

형상이 생길 때 비로소 서비스와 플랫폼은 하나가 되어 움직이기 시작한다.


+ 내가 플랫폼 기획자다 보니 조금 더 플랫폼 입장에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 인스타그램 피드 비율이 바뀌면서 이에 맞춰 그림 비율을 1:1에서 4:3로 변경했다. 브런치는 세로형 스크롤이라 크게 상관이 없어보이지만, 인스타그램 비율이 순식간에 바뀌어서 당황했다. 서비스에 자신이 있으면 이렇게 과감한 배포도 하는구나(처음엔 A/B 였던 것 같은데 전체 바뀌고 있는 중인 듯).이렇게 공급자적 마인드로 배포할 수 있다니 부럽기도 하다(?). 이래도 사용자들은 플랫폼에 맞춰 서비스를 이용하겠지. 이런 경우에는 플랫폼 퍼스트가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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