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할래? 보이스 피싱 할래?

직장인의 수상한 대화

by 피넛


오랜만에 경찰 친구인 주주를 만났다.

이런저런 근황 토크를 나누다가 주주의 남편(그도 경찰이다) 얘기가 나왔다.


“남편도 잘 지내지?” 하고 주주에게 묻자 주주가 대답했다.

“응. 요즘에 보이스피싱 쪽 일하고 있어.”

“엥? 부서 옮겼구나. 원래 마약 쪽으로 가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아, 근데 마약은 자리 없어서, 보이스 피싱 쪽으로 갔지.”

“아아~ 마약 할까 하더니 보이스 피싱으로 갔구나. 요즘 피싱 기술도 날로 늘어서 쉽지 않겠다, 야. “


뭐 이런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어째서인지 주변이 조용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라? 우리 지금 되게 수상한 사람인 것 같지 않냐?… 하고 둘이 빵 터져버렸다.


정확하게는 “마약 수사”, “보이스 피싱 수사” 지만 우리끼리는 맥락을 아니까 대충 말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들었을 때에는 이상해보일 수 있겠다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웃고 있으니 주주가 또 썰을 풀어줬다.

수험생 시절에는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끼리 형법 진도를 어디까지 했는지 이런 식으로 얘기했다고…

“너 오늘 어디까지 했어? 나 오늘 도박했는데. 너 방화했어? 아, 빨리 살인까지 가야 되는데.”


푸하하하하.

이건 정말 너무나도 수상한 대화.


IT 회사에서도 ‘API 찌르고, 빌드 태우고, 서버를 죽이는‘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

API를 찌른다는 것은 호출한다는 것이고,

빌드를 태우는 건 코드 변경 사항을 배포하는 것,

서버를 죽이는 것은 서버가 정상 동작하지 않을 때 서버를 껐다 다시 킬 때 자주 하는 말이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되게 수상하게 생각하겠다 싶었는데..

내가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을 뻔했네.


경찰들의 대화야말로 공공장소에서는 조심해야겠다는 반성을 조금 하면서도,

터지는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진지한 직업인데, 이렇게 웃어도 되나?

무겁고 중요한 일일수록,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잠시라도 긴장을 풀고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중요한 것 같다.

진지한 직업이라고 매번 무겁게만 살 수는 없으니까.


일을 대할 때는 진지하고 책임감 있게,

때로는 이렇게 가벼운 대화와 웃음으로 숨 쉬기.

그렇게 균형을 맞춰나가는 게 더 오래, 효과적으로 일하는 원동력 아닐까.


봄이 와서 그런가, 이런 얘기 하나에도 꺄르르 꺄르르 웃음이 터진다.



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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