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회사생각

이해하지 않기로 했다.

상황으로 받아들이기

by 피넛

과거의 나는 친구들로부터 ‘너는 싫어하는 사람이 없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사람에게 ‘싫다’라는 감정을 느껴본 기억이 별로 없다.


이런 내가 변하게 된 것은… 역시나, 직장인이 된 이후부터.

하루에도 수십 번씩 ‘싫다’는 생각을 하며 자주 한다.

사람을 싫어하게 되는 순간, 같이 대화는 것도 싫어지고, 같은 공간 안에 있는 것도 싫어지기 때문에 함께 일을 하기란 쉽지 않다.

직장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만날 수 없기 때문에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처음엔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아무리 가면을 쓰려고 노력해도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싫다 ‘는 감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싫다’는 느낌이 들면 말이나 태도에서 티나 났고, 티가 나는 것을 상대방이 알아채는 순간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내 성격 상 티를 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계속 고민하다가,

어느 날 친구 마늘이와 수다를 떨다가 물어본 적이 있다.

“너는 직장에서 어떻게 버텨?”

그녀는 직업 상(경찰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뛰어난 경지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녀가 대답했다.

“내 생각에는 ‘왜’라는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것 같아. 나는 범죄자를 많이 보잖아. 그런데 그들의 생각을 내가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 온갖 이상한 상황들을 다 이해하려고 하면 나만 힘들어지는 것 같더라고. 그냥 상황으로 받아들이려고 해.”


그녀의 대답을 듣고 내 상황을 돌이켜봤다.

나는 ‘싫다’는 감정이 드는 사람을 만나면 ‘저 사람은 도대체 왜 저럴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거나 내가 기대한 기준에 도달하지 않으면 그게 뭉뚱그려 ‘싫다’는 감정으로 정리가 되곤 했다.

그리고 ‘싫다’는 감정은 곰팡이처럼 빠르게 내 마음을 잠식했다. 부정적인 마음은 아침밤낮주말을 가리지 않고 스스로를 괴롭혔다.

고통스러운 것은 나 자신이었다.


그래서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싫어지기 전 단계에서 무언가를 해보기로.

상대방을 평가하지 않고 그저 상황으로 바라보기로.


‘저 사람도 무슨 사정이 있겠지.’ ‘ 과거의 경험이나 어떠한 사건이 있었겠지.‘ 하고 지레 짐작하거나 추측하지 않고 ‘이런 현실도 있구나.‘,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팩트를 파악하고 감정적으로 접근하지 않기로 했다.


상대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기로 했다.

각자의 삶이 있고, 걸어온 인생이 다를지언데 내가 무어라고 상대방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저,

저런 사람도 있는 것이구나.

세상은 넓구나.

다양한 가치관이 있구나

그랬구나.

그럴 수도 있지.

하는 마음으로 상황 자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현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제삼자의 마음으로,

감정이 아닌 상황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마음을 먹는 것 만으로,

좀먹고 있는 마음에 볕이 드는 느낌이 들었다.


볕이 드는 마음의 영역이 더 넓어지기를.

그래서 보송보송한 마음이 되기를.

조금 덜 고통스러운 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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