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의 플랫폼
몇 년 전부터 면접관으로 참여를 하고 있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도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검토하고 면접관으로 임하고 있다.
현재 재직 중인 회사는 대기업인데, 대기업이라고 하면 왠지 학력이나 경력을 많이 볼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도 않다.
일단, 학력은 보지 않는다. 공식 채용 사이트를 통해 접수하는 경우에는 학력을 입력하는 필드 자체가 없다. 헤드헌터를 통해 접수되는 경우에는 양식이 제각각이라 학력을 기재하는 경우도 있지만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기획자를 하는 데 있어서는 전공이랄 게 딱히 없다 보니 그런 것 같다.
경력은 보는 편이지만, 부서의 상황에 따라 경력보다는 업무 수행능력이나 잠재력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스타트업이나 중견기업에서 근무한 경우에도 업무능력이 뛰어나거나 포지션에 적합한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서류 합격이 되는 경우가 아주 많다.
그런데 어려운 서류 합격을 뚫고 오신 지원자분들이 면접장에서 안타까운 실수(?)를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었다.
바로 지원한 도메인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경우다.
주로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 일을 해본 경우에서 이런 느낌을 받는데…
예를 들면 ‘배송’ 도메인 기획자 포지션인데 ‘저는 마케팅도 잘합니다’라는 식의 발언을 하면 면접관으로서는 도메인을 잘 이해하고 지원한 것인지 고민이 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마케팅을 잘하는 게 배송 도메인을 담당하면서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가 잘 설명된다면 설득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다.
아무래도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서비스를 운영해야 하는 경우에는 한 사람이 다양한 업무를 해야 해서 제너럴 하게 다 할 줄 아는 인재를 선호하겠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에서는 업무의 단위가 쪼개져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일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특히 내가 플랫폼 기획자로 일 한 경력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플랫폼 기획자’로 지원하는 경우에 이런 실수를 많이 하는 것을 보게되었다.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 민족 등의 서비스를 ‘플랫폼’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이 ‘플랫폼 기획자’라는 직무를 들으면 정확히 어떤 업무를 하는지 감이 잘 오지 않을 것 같다.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 민족 등 플랫폼 앱 뒤에 적어도 1,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있다.
사용자에게는 ‘배달의 민족’ 자체가 플랫폼이지만,
그 안에서는 회원, 상품, 전시, 장바구니, 주문, 결제, 페이, 배달, 정산…. 과 같이 도메인 단위로 팀이 쪼개져있다.
배민 상회나 선물하기 같이 서비스 단위로 쪼개진 팀들도 있을 것이다.
(회사마다 쪼개는 기준은 다 다르겠지만 어느 정도 규모를 가지고 있으면 유사한 부분이 있다.)
여하튼, 이렇게 많은 팀으로 쪼개져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능이나 서비스가 추가된다고 하면,
그 기능이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기반을 제공하는 팀들이 있기 마련이다.
(매번 회원체계를 만들 수는 없으니까… )
플랫폼에게 플랫폼을 제공하는 팀들.
바로 ‘플랫폼’이라는 이름이 붙은 조직들이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주로 회원, 마케팅, 메시지(이메일, 문자, 앱푸시 같은 것을 보내는), 데이터, 정산… 같은 팀에 ’플랫폼‘ 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런 조직들은 ’도메인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회사가 운영하는 서비스를 이해하는 것 못지않게 도메인 지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뒷단에서 벌어지는 일을 고려하지 않고,
‘정산 플랫폼 기획자‘를 채용하는 자리에서 무턱대고 ‘마케팅을 잘합니다’라고 하면 ‘응?’ 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원하는 자리의 JD를 유심히 보고,
다른 채용 중인 직무도 보면서,
‘이 회사는 이런 식으로 팀이 나눠져 있겠구나.’하고 조직도를 짐작해 보는 게 좋다.
플랫폼 뒤에 또 다른 작은 플랫폼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지원하려는 직무에 ‘플랫폼’이 적혀있다면 꼭 유념하고
원하는 자리를 get!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