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렸던 그와, 흔들고 싶던 나의 감정

– 젊은 날의 로맨스

by 유니로그

대만 친구가 '중추절에는 고기 파티를 한다'며 집 마당으로 초대했다.


대만 생활 4개월 차,

중국어도 서툴렀고 외국인으로 혼자 가는 게 처음이라

게스트하우스에서 알게 된 한국인 친구와 함께 갔다.


파티의 호스트는 또래였고, 모인 친구들도 비슷한 나이였다.

손짓발짓으로 이어간 대화는 의외로 재미있었고,

마작을 배우며 호스트 부모님께 인사까지 드렸다.


과일 가게를 운영한다는 그는 일본 고급 과일까지 수입해 배달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과일의 세계가 이렇게 넓구나 감탄하며 파티는 끝났다.


며칠 뒤, 그가 따로 연락을 해왔다.
“좋은 과일이 들어왔는데 선물하고 싶어.”
사진에는 귤 하나하나가 랩에 싸여있고 일본어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귤이 궁금했다. 아니, 사실은 그가 더 궁금했다.
그날 분명 여자친구가 있다고 했던 그였다.


첫 만남은 귤 덕분에 이뤄졌다.

귤은 상상 이상으로 달콤했고, 그는 귤만큼이나 스윗했다.


야시장을 걷다 몇 분마다 “덥지 않니? 힘들지 않니?” 묻던 그의 다정함은,

끝내 택시로 집 앞까지 데려다주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마음이 흔들렸다.


두 번째 만남은 노을이 예쁜 공원이었다.

"와.. 진짜 이쁘다.."
“이런 풍경 더 많이 보여주고 싶어.”

순간 두근거렸지만, 나는 결국 브레이크를 걸었다.


“너 여자친구 있잖아. 저번엔 귤, 이번엔 풍경…
그 다음은 무슨 핑계로 만날 건데?
결혼까지 생각한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그는 잠시 침묵하다 “알겠다”고 했다.
나는 아쉽고, 또 미웠다.

매일 밥은 먹었는지, 잘 잤는지 묻던 그의 메시지에 이미 마음이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친구들과의 자리에서 다시 마주쳤다.

애써 무심한 척했지만, 그를 향한 두근거림은 감춰지지 않았다.

술을 퍼부었고, 취해버려 집에 간다 하자

그가 따라 나왔다.


집에 가는 길에서 취기 어린 용기로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

너무 따스했다.
아… 혼자이고 싶지 않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 그게 이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속으로 말했지만 그에게 말하지 못했다.


그의 부축을 받으며 집 앞에 도착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미안해. 나도 흔들렸어. 밝고 씩씩한 모습에 자꾸 보고 싶었어.
하지만 여자친구가 있고, 헤어질 마음은 없어.
그럼에도 마음이 간 건 사실이야. 그래서 더 미안해.”


술이 이미 깼던 나는 그 말을 전부 이해했다.

하지만 못 알아 들은 척
“…모르겠어. 나 들어갈게.”


그렇게 우리의 흔들림은 끝났다.


아주 짧았지만, 그의 따스함은 내게 강렬하게 남았다.


다시는 친구가 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시간은 결국 우리를 다시 친구로 만들었다.


다만, 그때의 감정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다.

몇 년 뒤, 그는 여자친구와 헤어졌고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그 시절의 이야기를 마음속 깊은 곳에만 간직하고 있다.


아주 먼 훗날 그와 연락이 다시 닿으면

그때 너의 따스함이

나에겐 한 줄기 빛이었고

너무나도 고마웠노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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