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도처에 숨어있어
가이드가 되며 다시 대만에 정착한 뒤
나는 한 동네에 정착하게 되었다.
친구의 큰 아버지집이었고
투룸이어서 각자 방하나를 쓰며
하우스메이트로 생활했다.
혼자 동네를 산책하다 알게 된 만두 맛집은
가족들에게 꼭 먹여 주고 싶어서
한국에 가기 전날 일부러 냉동으로
포장해 달라고 하여
한국 집에 가자마자 가족들과
만두 쪄서 같이 먹기도 했었다.
그 만두집은 버스에 내리자마자
동네로 내려가는 초입이어서
내가 투어를 마치고 캐리어를 끌고
골목초입으로 들어가면
만두 아저씨가 헤이~ 웰컴! 하며
나를 반겨 주곤 하였다.
누가 봐도 울적하게 돌아오는 날에는
무슨 일이 있냐며
만두 먹고 들어가라고도 하시고
웃으며 들어오는 날에는
요즘은 별일 없냐며 안부를 묻기도 했었다.
자주 가던 동네의 훠궈 집 알바는
내가 혼자 들어오면
맨날 먹던 거? 물어보고 음식을 바로 세팅해 주었고
오랜만에 들리면 왜 저번주는 안 왔어?
묻기도 했었다.
나는 그런 이웃들을 볼 때마다
가족 같은 느낌을 받았고
그들이 환하게 웃으며 반겨줄 때
비로소 내 마음의 고향이 구나하며
마음이 시리기도 했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고마우면서도
일 년이 지나고 삼 년이 지나자
나에게 그 모습도 너무 익숙해졌고
고마움을 모르며 혼자만의 외로움에 사무쳐 지냈다.
아무리 좋은 걸 떠먹여 줘도
본인이 좋은지 모르면 뱉듯이
단거에 익숙해진
내게 그 따스한 단맛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나는 대만 생활에 익숙해져 갔고
그들의 따스함이 일상으로
당연한 것쯤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는 혼자 우울의 구렁텅이에 빨려 들어갔고
어느샌가 잠 못 이루는 나날이 지속되었다.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샌딩을 마치고
다음날 바로 투어를 시작해야 해서
집에서 어기적 나와 빨래방에 빨래를 넣어두고
노래를 들으며 멍하니
지나가는 지상철을 보고 있었다.
빨래방 옆가게에 아르바이트 생이 나에게 오더니
"야, 이거 1+1인데 너 하나 먹을래?"
"에..?... 고마워"
가끔 늦게 샌딩을 마치고 돌아올 때나,
이렇게 빨래방에 올 때 자주 들리던 편의점이었는데
오며 가며 인사하고 말을 트기 시작해서
내가 할인행사하는 거 괜찮다고
한 개만 산다고 하면
굳이 들고 가라고 하던 아르바이트생이었다.
그날따라 멍 때리는 내 뒷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왜 호의를 베푼 건지 묻지 않았지만
늘 밝게 웃던 내가 웃음기 하나 없는 모습을 하니
걱정이 되었나 보다 하며
별생각 없이 준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무는데
순간 울컥했다.
나는 가진 게 많은 사람인데
혼자 우울을 파먹고 있구나.
그걸 또 누군가에게 들켰구나.
내 기분도 내 인생도 모두 내가 만드는 것.
여기 사는 것도 가이드를 선택한 것도 모두 내가 자처한 것.
다시 생각을 뒤바꾸자.
나는 하고 싶은 대로 살아서 너무 행복하다고.
그날도 그렇게 다짐하며 힘내서
입국장으로 향했던 기억이 난다.
타인을 감싸는 그들의 따뜻한 마음은
모두 어디서 오는 걸까.
나는 그런 어른이 될 수 있을까.
한국에 사는 지금도 따스함은 곳곳에 숨어 있는데
나만 발견하지 못하고 바보같이 지내고 있는 건 아닐까.
행복은 모든 순간에 숨어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