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오슝의 바다를 보며 잠시 멈춘 마음

대만에서도 쳇바퀴 굴러가듯 지나던 일상에서의 힐링

by 유니로그

가이드가 된 후, 나의 일상은 늘 바쁘게 흘러갔다.


손님을 맞이하고 투어하고, 떠나는 손님을 배웅한 뒤엔

헤어짐의 아쉬움을 느낄 틈도 없이 또 새로운 손님을 맞았다.


수없이 반복되는 만남과 헤어짐 속에서

나는 점점 지쳐갔고, 외로움도 깊어졌다.


그러던 중, 전편에서 이야기했던

대만 첫 집을 인계해준 한국 친구가 놀러왔다.

그 친구와 함께, 그녀의 대만 친구를 만나러 타이난으로 향했다.


타이난은 온화한 도시였다.

조용하면서도 따뜻한 풍경이

숨 가쁘게 달리던 내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했다.


친구는 먼저 돌아갔지만, 나는 여행을 조금 더 이어가기로 했다.

목적지는 까오슝.


노을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치진섬으로 가는 페리 위에서

바다와 하늘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이미 마음을 들뜨게 했다.


섬에 도착하자, 전기오토바이 대여점들이 줄지어 있었고

나는 처음으로 혼자 전기오토바이를 빌려 타봤다.


섬 곳곳을 달리다, 눈을 사로잡는 풍경이 나타났다.

나는 브레이크를 잡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노을빛이 물결 위로 부서졌다.

그 순간, 마음속에서 말이 새어 나왔다.

“아… 행복하다.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벅차오르는 감정이었다.


아무도 없는 이 순간, 이 아름다움과 바람을

나 혼자 만끽해도 괜찮을까 싶은 마음.


사실 이런 순간은 치진섬이 아니어도 있었다.


타이베이 예쁜 노을과 걸을때 마다 맞닥들이는 예쁜 골목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이미 그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가이드로 바쁘게 살다 보니,

내가 대만을 사랑해서 여기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 엄마에게 보내고 전화를 걸었다.


“엄마, 미안해. 나 여기서 너무 행복해.”
엄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휴… 그래. 네가 좋으면 됐지.”


가끔 “언제까지 거기 있을 거니, 진짜 안 올 거니”

걱정하던 엄마에게, 나는 또 한 번 못을 박았다.


아니, 진짜… 여기여서 행복한 걸 어떻게 하냐고.


해가 천천히 기울어갔다.

나는 치진섬을 떠나는 페리 위에서 다시 다짐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알 수 없지만,

다시 오지 않을 이 순간만큼은

마음껏 누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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