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이드님, 여자 나오는 술집 아세요?
현지 투어 사무실에서는 팀의 특성에 맞춰 가이드를 배정한다.
비즈니스 투어라면 통역 경험 있는 가이드,
중년 여성 모임이라면 남자 가이드,
혹은 고객 요청에 따라 남녀 가이드를 맞춰 붙이는 경우도 있다.
이번 팀은 ‘중년 남성 모임’ 단독 패키지였다.
원래 남자 가이드가 배정되어야 했는데
펑크가 나는 바람에
쉬고 있던 내가 급히 배정되었다.
50~60대의 아저씨들,
내겐 삼촌뻘 되는 분들이었다.
5편 [황혼의 불륜 패키지] 경험도 있어서
혹시 성희롱이라도 당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막상 뵈니 인상들이 좋아 한숨 놓았다.
투어가 시작되었고
첫날, 둘째 날 모두 무난하게 지나갔다.
보통 첫날은 어색하고,
둘째 날 때쯤 손님의 마음이 풀리기 시작해
셋째 날이면 긴장이 완전히 풀려
이런저런 속내까지 이야기하곤 한다.
이번 팀도 둘째 날부터 농담을 하며
나를 편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셋째 날 저녁.
호텔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손님들끼리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야, 가이드한테 물어봐라~”
“진짜 갈 거야? 가? 가?!”
키득거리던 그들이 마침내 나를 향해 물었다.
“저어… 그… 여자가 나오는 가라오케는 있어?”
순간적으로 귀를 의심했다.
나는 당황해 되물었다.
“네?? 무슨 여자요?”
“아니, 마지막 날이기도 하고 우리끼리 가라오케 가고 싶은데…
그게, 여자가 따라오는 데면 더 좋고…”
차 안 공기가 순간 얼어붙었다.
나는 침착한 척 대답했다.
“아… 제가 잘 몰라서요. 아는 남자 가이드 분들께 물어보고 알려드릴게요.”
곧바로 남자 가이드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대만은 원래 유흥을 즐기러 오는 곳이 아니라
이런 요구는 드물다 했다.
그래도 아는 술집 연락처를 주며,
가격이 비싸서 손님들이 대부분 포기한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혹시라도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바로 연락하라는
당부까지 받았다.
나는 안내받은 곳에 전화를 걸었고
생각보다 훨씬 비싼 금액에 놀랐다.
예약도 가능하다고 했지만,
가격을 손님에게 전하자 “거짓말 아니냐”며
의심까지 받았다.
억울했던 나는 연락처까지 그대로 건네며
직접 확인해 보시라 말씀드렸다.
그리고 나도 기사님에게 물어봤다.
“혹시나 해서 방금 기사님한테도 물어봤는데, 그 가격 대가 맞다고 하시더라고요.
기사님도 확인해 주셨으니 사실 맞는 것 같아요.
대만은 원래 좀 단가가 높대요.”
그제야 웃으며 말씀하셨다.
“에이~ 진짜 가려고 그런 거 아니지.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가이드 번거롭게 해서 미안해.”
나도 맞장구쳤다.
“아유, 그렇죠? 저도 가격 듣고 깜짝 놀랐어요.
여기가 필리핀, 베트남이 아니잖아요~
대만이 아시아 4대 용이었는데! 그래서 비싼가 봐요 하하"
억지웃음으로 분위기를 마무리했다.
마지막 날 샌딩 때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기념으로 셀카 찍자” 하셔서
“저 사진 잘 안 찍는데…” 너스레를 떨며 찍어드렸다.
그리고 나에게도 그분들과의 마지막 사진이 남아있다.
첫째, 둘째 날엔
너무 젠틀하고 배려심 많아 보였던 분들이었기에
셋째 날의 질문은 더 충격이었다.
남자는 다 똑같은 건가…
그 물음표를 크게 남기고 끝난 팀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브런치에서 2개의 연재를 진행 중입니다.
[패키지 투어에는 없는 이야기]
실제 대만 가이드로 일하며 겪었던 웃지 못할 사건들과 사람들 이야기
https://brunch.co.kr/brunchbook/tourguidestory
[대만 청춘일기, 나를 찾아가는 낭만]
대만에서의 워홀·생활 속 외로움과 청춘의 고민, 그리고 스스로를 찾아가는 기록
https://brunch.co.kr/brunchbook/dear-taiwan
이번 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다른 에피소드들도 함께 읽어주시면 더 즐겁게 이야기를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