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물고 쓰러진 의사 손님 구하기
패키지 팀은 평범했다. 다양한 직업과 가족들이 함께였고, 분위기도 좋았다.
그중 눈에 띈 건 ‘의사 가족’. 엄마와 아들, 딸.
아빠는 수술 일정으로 오지 못했고, 아들은 이제 막 인턴을 시작한 청년 의사였다.
점심 자리에서 가족 소개를 하다가, 팀원들이 농담처럼 말했다.
“우리 팀에 의사가 있다니 든든하네요!”
모두가 웃었고, 청년 의사도 쑥스러운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말이 하루도 지나지 않아 아이러니가 되었다.
둘째 날, 타이베이 외곽 투어.
무더위와 인파로 지우펀 거리는 숨이 막힐 정도였다.
청년 의사는 유난히 지쳐 보였다.
유명한 사진 스팟으로 향하는 계단.
그가 발을 헛디디며 머리를 부딪쳤다.
순간, 눈이 뒤집히고 입에서는 거품이 흘렀다.
“꺄아아아아악!”
엄마의 비명소리가 계단을 울렸다.
현장 가이드는 곧바로 119를 불렀고, 다행히 근처 구급센터에서 구급차가 도착했다.
청년은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그 시각 나는 사무실에서 정산을 마치고 있었다.
벨소리가 울렸다.
“손님이 쓰러져 병원으로 갔습니다. 통역이 필요합니다.”
나는 얼어붙었다.
쓰러진 손님이, 하필 의사라니.
황급히 짐을 챙겨 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원에 도착하니 그는 이미 의식을 회복해 담당 의사와 영어로 대화 중이었다.
담당 의사는 말했다.
“큰 외상은 없습니다. 더위와 탈수로 인한 실신 같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고개를 저었다.
“넘어질 때 머리를 세게 부딪쳤어요. MRI 검사를 꼭 하고 싶습니다.”
청년은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다. 담당 의사도 추가 검사는 필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엄마와 여동생의 성화에 결국 큰 병원으로 옮겨 정밀 검사를 진행했다.
의사손님은 갓 서른이 된 청년이었고 모두에게 걱정을 끼친거 같아
머쓱하고 본인은 괜찮은데 거품물고 쓰러졌다고 하니
적잖이 당황한 눈빛이었다.
그 와중에 기다리는 시간동안 나는 가족분들과 함께 있으면서
계속 아무일없을거라며 위로의 말씀을 전했고
시간이 지날 수록 의사분의 상태도 호전됨에 따라
엄마와 여동생의 걱정도 점차 사그라들었다.
검사실 앞, 그는 담당 의사와 얘기하다가 쑥스러운 듯 의사 면허증을 꺼내 보였다.
“저도 사실 의사입니다.”
순간 모두 웃음이 터졌고, 긴장됐던 공기도 풀렸다.
밤늦게 호텔로 돌아오자 가족들은 고생했다며 팁을 건네려 했다.
나는 거절했지만, 결국 차비만큼만 받았다.
다음 날, 원래 담당 가이드에게서 연락이 왔다.
“가족분들이 감사 인사 전하셨어요. 마지막 투어도 무사히 마쳤습니다.”
의사가 환자가 된 날.
여행 중에는 어떤 변수든 일어난다.
그 변수를 마주했을 때, 가이드의 역할은 단순한 안내자가 아니었다.
그날 나는, 의사를 살려야 하는 가이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