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언어지만, 경험은 서로 다른 감정들로 기록된다.
나의 첫 해외생활은 중국 교환학생이었다.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같은 또래의 대학생들이었고, 목표 또한 비슷했다.
언어를 배우고, 더 많은 것을 경험하자.
단순하고 분명한 목표였다.
하지만 두 번째 해외생활인 대만에서의 나는 ‘워홀러’였다.
어학당, 게스트하우스, 언어교환 모임, 심지어 클럽까지—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신분과 목표를 가진 한국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서울에서만 자란 그는 부산 사투리를 쓰는 나를 신기해했다.
영어보다 중국어에 매력을 느껴 휴학 후 워홀러로 공부하러 왔다.
“중국어는 제 인생의 새로운 길 같아요.”
워홀 생활이 끝나자 미련 없이 돌아가 학업에 매진했고,
지금은 바라던 대기업에 정착해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만에 대한 애정이 깊어
1년에 두 번 이상 대만을 찾고, 대만여행 블로그까지 운영 중이다.
언어교류 모임에서 만난 그는 대사관 직원이었다.
말로만 듣던 외교관을 실제로 보니 신기했지만,
그는 그저 해외에서 일하는 공무원일 뿐이라 했다.
“적응될 만하면 또 다른 나라로 가야 하니, 그게 가장 힘들죠.”
생활용품을 나눠주며 떠날 준비를 하던 그의 눈빛에는
조금은 공허함이 스쳐갔다.
한국에서 10년 가까이 회사생활을 하다,
'이렇게 살다 간 평생 회사에 묶여 죽겠다'는 생각에
결혼도 미래도 내려놓고 대만행을 택했다.
중국어엔 관심이 없었지만, 우연히 본 대만 드라마 속
90년대 한국 같은 풍경이 그녀를 끌어당겼다.
“결국, 나한테 필요한 건 다른 환경이었던 것 같아요.”
중국어를 배우고, 대만 공무원 남자를 만나
결혼까지 생각하며 정착을 꿈꿨다.
대만에 따뜻한 정을 느낀 그녀는 정착을 위해
한국인 학생들을 위한 중국어 캠프를 만들어
사업을 시작하며 새로운 삶을 열어가고 있었다.
캐나다에서 만난 대만인 남편을 따라
중국어 한마디 모른 채 대만으로 왔다.
‘혐한’을 겪으며 상처도 받았지만,
지금은 중국어도 유창하고, 시댁과 함께 살며
'대만도 결국 시월드에서 자유롭진 않다'는 걸 설파하곤 했다.
그러나 예쁜 아이를 낳고 안정적으로 살며
다문화 가정의 현실을 보여줬다.
이중국적을 가진 다문화 가정에 대한
막연한 동경 뒤에 놓여 있던
수많은 노력과 과정들을 알게 해 준 사람이다.
대만 친구와 자주 가던 게이클럽에서,
“저 사람 한국인 같아”라는 말에 내가 먼저 다가갔다.
그는 여행 온 한국인 게이였고,
나는 두 사람 사이에서 통역을 하며 사랑의 큐피드가 되었다.
호기심에 물었다.
“한국에선 너, 게이라는 거 사람들한테 말해?”
그는 단호히 웃었다.
“아니! 그럴 리가 있겠어. 친한 친구 몇 명 빼곤 아무도 몰라.”
아직 한국에서의 아웃팅은 쉽지 않았다.
일반 직장인으로선 더더욱 금지어에 가까웠다.
그날 그는 내 친구와 함께 사라졌고,
나는 그들의 사랑을 빌어주었다.
가끔 대만에서 만난 한국인 게이들은
늘 이곳의 개방적인 문화를 부러워했다.
나는 이성애자였지만,
그들이 보여주던 당당함이 부러웠다.
그는 첫 직업을 가이드로 삼은
10년 차 가이드로서
‘꽃보다 청춘’ 이후 대만이 뜨자
타 국가에서 발 빠르게 대만으로
자리 잡은 프로 가이드였다.
“대만은 그냥 나한텐 돈벌이의 현장일 뿐이죠.”
중국어를 배우려는 의지도 없었고,
일이 없는 날이면 게임과 술로 시간을 보냈다.
목표는 단순했다. 젊을 때 돈을 벌어
일찍 은퇴해 여유를 누리는 것.
지금도 그를 떠올리면,
가끔 말하던 미국과 코인 투자가 생각난다.
‘그때 걔를 따라서 미국 주식과 코인을 따라 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한다.
이외에도 수많은 한국인들을 만났다.
각자 다른 이유로 대만에 왔고,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이곳을 기억했다.
내가 대만으로 떠난 이유는 단순했다.
내 몸 하나만 책임지면 되니까,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보자.
헤매다 보면 진짜 원하는 게 보이지 않을까.
돌이켜보니, 마음 가는 대로 선택하고
최선을 다하면 후회는 남지 않았다.
설령 후회가 있더라도, 다시 선택해도
결국 같은 길을 걸었을 거다.
내가 줄곧 지향하는 삶,
joie de vivre—
사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쁨을 느끼는 것.
대만살이는 그 모토를 더 단단하게 해 준,
나의 인생을 풍요롭게 한 경험이었다.
안녕하세요, 유니로그입니다.
저는 현재 브런치에서 2개의 연재를 진행 중입니다.
[패키지 투어에는 없는 이야기]
실제 대만 가이드로 일하며 겪었던 웃지 못할 사건들과 사람들 이야기
https://brunch.co.kr/brunchbook/tourguidestory
[대만 청춘일기, 나를 찾아가는 낭만]
대만에서의 워홀·생활 속 외로움과 청춘의 고민, 그리고 스스로를 찾아가는 기록
https://brunch.co.kr/brunchbook/dear-taiwan
이번 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다른 에피소드들도 함께 읽어주시면 더 즐겁게 이야기를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