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멈추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

가정의 새로운 리듬과 아직 회복되지 못한 나의 마음

by 유니로그

육아휴직을 시작한 지 일주일.

몸은 여전히 아프고 감기도 낫지 않았지만,
마음은 어딘가 차분해졌다.


아이와 아침을 시작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출근에 쫓기며 허둥대던 시간은
책을 읽어주고, 밥을 챙기고,
오늘 입을 옷을 함께 고르는 여유로 바뀌었다.


저녁이 되면 9시까지 재워야 한다며
초조해하던 예전의 나는 이제,
8시에 아이와 함께 침대에 들어가
책을 읽고 노래를 부르며 하루를 정리한다.
“얼른 자”다그치던 나는 사라지고
대신 그 시간을 함께 느끼는 엄마가 되었다.


무엇보다,
“엄마, 졸려”라고 말하는 아이를
나는 처음 봤다.

그 말 한마디에,
‘아, 내가 지금 제대로 쉬고 있구나’ 싶었다.


남편의 얼굴도 요즘은 자주 본다.
출근 준비에 바빴던 그가
내가 아침밥을 차려주자
“고마워”라는 말을 더 자주 한다.

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가정이라는 톱니바퀴가 덜컹거리지 않고
조금씩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
그 안정감이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것 같다.


며칠 전,
거울 앞에 선 나는 생각했다.
‘얼굴이 좀 돌아왔네.’
감기는 여전하고 약도 먹고 있지만,
그 무표정했던 얼굴은 아니었다.


하지만 동시에 불편한 감정도 있다.
‘이렇게 살아도 되나?’
돈을 못 버는 대신,
무언가를 더 잘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


청소기 돌리는 횟수, 냉장고 속 식재료, 장보기 예산까지
모든 게 내 책임처럼 느껴진다.
쉬는 게 맞나 싶다가도,
또 그 강박에서 벗어나고 싶어진다.


요즘 내 하루는 이렇게 흘러간다.
등원 후 운동하고, 점심 챙기고,
글을 쓰고, 저녁을 준비하고,

그 사이사이에
생각에 빠지고, 감정의 웅덩이에 빠졌다 나온다.


일을 멈추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바쁠 땐 그냥 지나쳤던 것들.
아이의 엄마를 찾는 눈빛, 남편의 지친 얼굴,
그리고 내 마음속 공허함.


지금 나는 그 공허함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아직 답은 모르겠다.


다만, 매일 운동하고, 쓰고,
무언가를 해보려 애쓰는 것.
그게 나만의 회복의 방식일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으로
오늘도 하루를 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