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침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샤워를 간단히 하고 글을 씁니다. 밖에는 비라도 오려는가 구름이 많이 보이네요. 그리고 고민합니다. 내가 가진 기술로 나이 들었을 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3D 애니메이션이라는 기술을 배웠고 그걸로 먹고살고 있으니 뭔가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살아갈 수 없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뭔가를 만들어야 되는데, 만들려고 하니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어제도 고민을 간간히 하면서 유튜브를 보다가 멋진 일본 애니메이션 액션장면들을 보게 되었지요. 귀가 얇은 나는 '아 저런 것도 함 만들어보고 싶은데.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 안쪽에서는 사실 이런 것을 만들면 사람들이 감탄하겠지 하는 마음이 있었겠지요.
그러면서 슬금슬금 작업을 위한 자료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대략 계산을 해보니 작업량이 생각보다 많고, 회사일 외의 작업이라. 여유 시간도 하루에 1시간 정도밖에 없는데 그 작업이 가능할까? 성격이 급한 내가 그것들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아마도 결국은 나중에 본인이 지쳐버릴 거 같았습니다.
리처드 윌리암스 (Animator's Survival kit의 저자)가 이야기하듯이 '애니메이션은 노동이다'에 동의합니다.
의기소침해져서 아티스트로 살고 싶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과연 내가 뭔가 만들고 싶은 게 있기는 한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다 어제 갑자기 떠오른 글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부랴부랴 책을 찾아 다시 읽어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중에서
E.T. 방식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댜. 뒤쪽 창고를 열고 거기에 우선 있는 것을- 뭔가 시원찮은 잡동사니밖에 눈에 띄지 않아도 - 아무튼 쓸어 모으고 그다음에는 분발해서 짜잔 하고 매직을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써야 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라는 시점부터 출발할 경우, 시동이 걸리기까지는 상당히 힘이 들지만 일단 비이클이 기동력을 얻어 앞으로 나 가아기 시작하면 그다음은 오히려 편해집니다. 왜냐하면 '써야 할 것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말을 바꾸면 '무엇이든 자유롭게 쓸 수 있다'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 많은 용기를 얻었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면 내가 액션작업을 하려던 이유는 단지 다른 사람에게 자랑을 하고 싶은 이유가 크다고 생각되었고, 정말로 긴 시점으로 보았을 때 나 스스로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티스트라는 내 인생의 목표에 있어서는 그리고 지금 순수하게 하고 싶은 개인 작업으로서는 약간 거리가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 뭔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걸 찾고 해야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그런 것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리고 너무 무겁게 '진심'만을 생각하면 결국은 아무것도 못하게 될 때가 있더라고요.
때로는 뭔가를 하면서 찾아지는 경우도 있고요. 저도 애니메이션을 배우다가 그것의 의미를 찾게 된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진심으로 하고 싶은 것은 나이나 환경에 따라 때때로 변하는 거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런 것을 찾는 노력은 계속하고 싶습니다. 무거운 진심이 아닌 자연스러운 진심으로 뭔가를 계속 만들고 싶기 때문이지요,
왜냐하면 아주 나중에 조금이라도 덜 후회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하고 있을 때 당신은 즐거운가'가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뭔가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행위에 몰두하고 있는데 만일 거기서 자연발생적인 즐거움이나 기쁨을 찾아낼 수 없다면, 거기에는 뭔가 잘못된 것이나 조화롭지 못한 것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럴 때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즐거움을 방해하는 쓸데없는 부품, 부자연스러운 요소를 깨끗이 몰아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작업을 하고 있을 때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는 글입니다. 다시 곰곰이 천천히 생각해 봅니다.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작업은 무엇인가. 거창한 것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소소한 것을 소중하게 여기므로 소소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