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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 Mar 29. 2023

선 긋기

-아이라인을 그렸습니다.

시력이 안 좋은 분들은 누구나 공감할 것입니다. 저는 중학교 때 처음으로 안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안과 의사 선생님들께서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지요.  

    

“한 번 나빠진 시력은 절대 다시 좋아지지 않는다.”     


성장기를 거치며 급격히 시력이 떨어지게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난시에 중도 근시 상태가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두꺼운 안경이 항상 콤플렉스였습니다.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공감할 것입니다. 안경 때문에 실제보다 눈도 작아 보이고, 특히 정면 사진을 찍을 때면 안경 주변의 어색한 틈이 생긴다는 것을. 그래서 저는 셀카 사진도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요즘에는 후보정할 수 있어 그 틈을 보정으로 메워주기도 하지만, 예전엔 그냥 사진 찍어서 나오는 그것이 내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대학 시절엔 잠시 렌즈를 착용해 보기도 했었습니다. 미용을 위해 컬러렌즈를 착용하시는 분들 많은데, 난시로 하드렌즈를 착용하다 보니 이물감 때문에 불편했고, 여러 차례 결막염으로 안과를 방문하게 되면서 ‘그냥 안경을 다시 쓰자.’ 하면서 포기하게 된 것들이 여러 가지가 생겼습니다.     


-마스카라

-아이쉐도우

-아이라인     


물론 안경을 쓰고 할 수 있는 것들이지요. 하지만 귀여워 보이는 커다란 동글이 패션 안경도 아니고, 시력 때문에 착용해야 하는 두툼한 안경을 쓰고, 저런 일련의 꽃단장하는 수고가 필요한가 싶은 마음에 이제껏 제대로 눈 화장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뭐, 했다고 해서 잘 어울릴지도 의문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라인을 그리고 싶어졌습니다. 두꺼운 안경 뒤에 일평생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한, 나름 커다란 눈이 갑자기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어쩌면 나에게는 수많은 시간을 바꿀 커다란 사건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인생에서 우리도 적절한 시기와 상황에서 선을 그어줘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항상 그런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면 주저하거나 망설여지게 됩니다. 기존의 삶, 기존의 선택이 너무나도 익숙하고 편하기 때문에 무엇인가 새롭게 바꾸기가 두려운 것일 테지요. 제가 바로 그렇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은 이상은 기존의 것을 바꾸는 것이 두려울 만큼 저에게는 어려운 일입니다.

지금의 직장은 햇수로 만 7년, 이제 8년 차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기존 선생님들은 물어보시기도 합니다. 어떻게 그렇게 오래 할 수 있느냐고.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냥 불만이 있어도 불평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면 돼.”   


세상 제일 쉬운 일이 바로 하던일 계속하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 직장에 오래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 끈기 있고 인내심이 있으신 훌륭하신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혹시 저처럼 무엇인가 새로운 시작이 두려워서 그 자리에 머무르며, 좋은 기회를 버리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드디어 인생 처음으로 아이라인을 그렸습니다. 누구나 인생에서 무엇인가 선을 긋고, 새롭게 도전하고, 시작해야 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아이라인 도전은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언니도, 주변 선생님들도- 물론 인사치레일 수도 있으나- 다들 이쁘다고 말해주시니 말입니다.      


제가 고민 끝에 아이라인 선을 그어 성공한 것처럼, 좋은 기회가 다가오면 고민만 하지 말고 과감하게 출발선을 긋고 시작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결과가 내 예상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번 잘못되었다고 해서 실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일이든 “내가 포기하는 순간 실패가 되는 것이다.”라는 구절을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내가 시도했다가 결과가 잠시 좋지 않더라도, 내가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면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성공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저는 지금다니고 있는 이 직장을 그만둘 생각이 없기는 합니다. 하지만 무엇인가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온다면 아이라인의 선을 그어 성공한 것처럼 과감히 다시 도전해 볼 용기가 조금은 더 생긴 것 같습니다.


브런치 작가 시작이 바로 그 작은 도전이고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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