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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 Mar 30. 2023

시간의 길이

-모세 님 [사랑인걸] 노래를 들으며 든 생각들

 하루가 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느낌은 뭘까요?     

 

요즘 모세 님의 [사랑인걸]이라는 노래를 참 많이 듣고 있습니다. 어느 나잇대 이상 기준으로 이 노래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후렴구 부를 때 마이크를 관객에게 넘기면 웬만한 사람들은 다 따라부를 수 있을 정도의 히트곡입니다. 오늘 한 라디오 방송에서 들었는데, 콘서트 때 마지막에 이 노래를 안 부르면 관객이 환불요청을 한다는 말이 있다고 해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그런데 왠지 그런 관객의 마음이 이해되더라고요. [모세] 하면 [사랑인걸]인데 그 노래를 빼면 안 되는 것이지요.

     

예전엔 사랑 고백하는 아이돌의 댄스곡 위주로 들었는데, 어느 순간 발라드에 꽂혀 마치 아이돌 팬덤이 무한 스트리밍하듯이 요즘은 하루 종일 발라드 노래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발라드 노래를 들으면 ‘멜로디가 참 좋구나.’ ‘노래 잘하네.’ 하며 넘겼는데 요즘에는 멜론에서 노래를 들을 때면 항상 노래 가사를 먼저 살피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곡을 만드는 작곡가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가사 쓰는 작사가들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을 갖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동안 가사는 그냥 떠오르는 대로 느낌대로 써 내려가면 되는 줄 알았던 내자신이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어떻게 저런 가사를 생각해내서 곡에 맞게 붙일 수 있을까?' 하며 매번 감탄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곡이 하나의 뼈대라면 그것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가사가 아닌가 생각해봤습니다.


[사랑인걸]이라는 노래 가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결혼식 축가로도 많이 불리는 노래이고, 물론 저도 수없이 후렴구를 따라불렀던 노래이면서도 그렇게 애절한 가사인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한 줄 한 줄 가사를 읽어나가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절절한, 그래서 가슴 아픈 노래였습니다.      


그런데     


이별을 하고 가슴 아파해 본 사람들은 진짜 하루가 길고 더디게 흐르던가요?      

그 정도의 가슴 아픈 사랑의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제대로 실감이 나지 않더라고요. 혹시 수도 없이 이 노래를 불렀을 원곡자 가수님은 그 느낌이 무엇인지 아실까요?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울다 잠이 들었다. 며칠이 지났으면 했는데,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다.”


참 가슴 아픈 일입니다.     

하루가 일 년 같다고 하던가요? 비워내고, 비워내고, 또 비워내도 내 안에 사는 사람. 정말 지독한 사랑일 수도 있고, 어쩌면 끔찍한 사랑일 수도 있는 거지요.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 시간이 흐르지 않고 있으니 그 삶이 얼마나 괴로울까 하며 안쓰러운 생각마저 듭니다.     


그런데     

저는 요즘 시간이 참 빠르게 흐르고 있습니다.  

   

누구는 하루가 일 년처럼 느껴질 만큼 하루가 길다고 하는데, 저는 그 하루가 너무나도 순식간에 흐르니 말입니다. 그래서 요즘 수면 부족 상태입니다. 해야 할 일도 많고 읽어야 할 책도 있고, 또 새로 시작한 글쓰기도 재미있습니다. 좋아하는 가수의 유튜브 영상 보는 것도 재미있고, 게시물 보는 것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매일매일 해야 하고, 또 돈을 버는 일과는 별개로 하고 싶은 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요즘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맘껏 하면서, 그것이 경제활동 수단이 되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자신의 직업이 어린 시절 자기의 꿈이었던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내 꿈이 무엇이었는지도 잊은 채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환멸을 느끼게 되지만,   

  

- 그래, 이번 월급날까지만,

- 이번 여름휴가는 지나고,

- 추석 보너스까지는 받을까?     


하며 사직서를 던지고 싶은 충동을 꾹꾹 눌러 가며 하루하루 버티게 되더라고요.   

  

누구에게나 주어진 똑같은 시간, 하루 24시간입니다.


괴롭고 불행한 일들에 고민만 늘어놓으면 정말 하루가 일 년처럼 느껴질 테지만, 즐거운 일을 하며 즐거운 생각으로 머릿속을 채우면 ‘어?’ 하는 순간 하루가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요.


하지만


밝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생각이 좀 많은 편입니다. 누군가 별 의미 없이 한 말과 행동으로 밤을 지새우며, ‘그 사람은 도대체 왜 나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하며 꼬리를 무는 생각들로 밤을 지새우면, 아침에는 기괴한 소설이 한편씩 완성되어있고는 합니다.

물론 성격은 쉽사리 고쳐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어쨌든 노력은 해 보려고 합니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똑같은 시간을, 자신의 마음을 괴롭히지 않으면서 조금 더 보람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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