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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 Apr 28. 2023

새로운 도전

- 얼마 전 신차를 계약했다.

 무엇이든 새로운 것은 항상 망설여진다.


난 항상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 전에 수십 번을 생각하고 망설이느라 쉽게 바꾸지를 못한다. 익숙한 것이 좋기도 하고, 새로운 것이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그 조금의 망설임을 극복하면 새로운 것이 다가오기도 한다.     


얼마 전 신차를 계약했다.  

   

처음 운전면허를 따고 샀던 차가 경차였다. 이젠 단종되어서 보기도 힘든 빨간색 마티즈. 오래 타다 보니 이곳저곳 손볼 곳이 많아져서 다시 스파크로 바꾸게 되었다. 큰 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웃을 수도 있는데, 800cc에서 1,000cc로 바뀌었다고 갑자기 주차하는 게 살짝 어려워졌었다. 그래도 사람은 다 적응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봤자 경차라고 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렇게 경차만 바꿔가며 십여 년을 운전했다. 중간중간 좀 큰 차로 바꿀까 싶기도 했는데 경차의 메리트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연간 유류비 지원

-공용주차장 요금할인/ 고속도로 통행료할인

운전하기 편하고 결정적인 이유는 작아서 아무 곳에나 틈만 있으면 주차하기가 아주 쉽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바꿔볼까 고민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3년 전에는 아주 큰 사고가 났었다. 우회전 앞두고 2차로로 달리고 있는데 1차로에서 2차로로 차선변경을 하여 우회전하려는 트레일러가 내 차를 못 보고 그대로 운전석 후미를 들이받았고, 내 차는 그대로 한 바퀴 돌아서 운전석 쪽이 트럭에 부딪혔다. 차량왼쪽이 완전히 망가지게 되었다. 처음에 가 돌면서 드르륵 소리가 심하게 나길래 포트홀 때문에 타이어가 빠졌는 줄 알았다. 옆으로 틀어진 차를 트럭이 계속 밀며 전진했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히도 트럭이 우회전을 위해 차선을 변경하면서 속도를 줄였기 때문에 크게 다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뒤집히거나 옆으로 쓰러지지 않은 게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나는 놀라긴 했어도 크게 다친 데 없이 아주 멀쩡했다. 트럭도 앞 범퍼가 파손되어 떨어졌고, 내 차 상태를 본 사람들이 아주 많이 다쳤을 거라 생각했지만 말이다.

트럭에서 내린 운전자분이 하시는 말씀이 전면 카메라도 있는데 못 봤다고 했다. 나는 안 보일 정도로 경차가 그렇게 작았던가? 싶었다.    

어떤 분들은 교통사고 후에 트라우마가 생겨 운전대를 놓으시는 분들도 있다는데, 나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니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지는 모르겠지만, 평소랑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가 걱정했던 것은 단지 내 차가 수리되어 나오기까지 렌트한 차를 운전하고 다니다가 긁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겉으로는 부드럽고 약해 보이나, 속으로는 나름으로 강단 있는 외유내강형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이제 바꿀 때가 되었다. 소음이 심해졌다. 여러 차례 수리해도 계속 다른 곳이 또 망가지고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운전하기가 쉽지 않아 졌다.


사실 작년부터 내가 차를 사면 저걸로 해야지 하고 생각해 둔 차가 있었다.

기아의 니로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겨울에 여러모로 문제가 있다고 해서 하이브리드차 중에 고르다 보니 가격 면이나 디자인이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었다. 아는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 이번에 현대 코나 새로 나왔는데 그것으로 사지 그러냐고.. 그래요 나오긴 했지요. 그런데 더 비싸답니다..ㅎㅎ

언니는 쉐보레 트랙스가 새로 나왔는데 그것을 권했다. 가격도 저렴하게 잘 나왔다고. 아는 딜러분 소개해준다고도 했다.


일단 둘 다 보러 갔다.


쉐보레 매장에 갔을 때, 그냥 돌아서 나오고 싶었다. 더 큰 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웃을 수도 있는데, 내 눈에는 '저걸 내가 운전할 수 있다고?' 하는 생각에 그냥 스파크를 탈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일단 운전석에 앉아라도 보자 싶어서 운전석에 앉았다가 그냥 내렸다. 딜러분께 무서워서 운전 못 할 것 같다고 했더니, 옆에 전시되어 있는 스파크랑 비교하시며 실제로 트랙스 큰 차가 아니라고 하셨다. 밖에서 보니 그런 것도 같은데 이건 아니다 싶었다.


나는 원래 니로를 사려고 했으니 기아 매장으로 갔다.

첫눈에 보기에도 차체가 트랙스보다는 낮아 보였고, 그래서 그런지 훨씬 안정감이 있어 보였다. 산타페를 운전하는 언니는 차체가 높으면 운전하기가 더 쉽다고 했지만, 지금은 쉽고 어렵고를 따질 것이 아니라, 당장에 무서워서 운전석에 앉지를 못하는데 무슨 나중을 생각하느냐 말이다.

일단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다.

그러면 운전석에 앉아볼까?

오~~ 이 정도면 조금만 적응되면 충분히 운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다 하이브리드이니 당연히 가격은 비쌌지만, 연비는 트랙스보다는 훨씬 좋았다.    

 

남자도 첫눈에 반하면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처럼, 차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두 가지를 두고 애초에 비교하려고 했던 것이 잘못된 생각이었다. 이제 시승해 보고 정하면 된다.




소음공해 수준? 스파크를 끌고 시승하러 갔다. 시승 중 신호대기 하는데 시동이 꺼진 줄 알았다면, 이건 하이브리드여서 조용한 것인가, 내 기존 차가 너무 시끄러웠던 것인가. 조용한 것도 맘에 들고 다 좋았다. 이 정도면 내가 좋아하는 모세 님 발라드 노래도 제대로 들을 수 있겠구나 싶어서 아주 흐뭇하기까지 했다.

시승 후에 스파크를 운전해서 집으로 오는데 정말 상대적으로 훨씬 더 시끄럽게 느껴졌다.


니로 하이브리드로 계약했다. 6개월 정도 기다리면 된다고 한다. 중간에 계약 취소된 건이 생기면 더 빨리 나올 수도 있다고 한다.

오오~~ 신난다. 이러려고 돈 벌지 싶었다. 지금 통장에 있는 돈은 이제부터 내 돈이 아니다 생각하고 잘 모셔둬야 할 것 같다.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이건 어쨌든 십여 년 경차 인생에서 나에게는 하나의 커다란 도전이었다. 경차를 끌고 전국을 여행 다니는데, 주변 선생님들이 위험하다고도 하고, 승차감 불편하다고도 하고…. 난 좀 이해가 안 되긴 했다. 사고 나면 큰 차보다 더 위험한 것은 맞다. 그런데 큰 차라고 날 사고가 안 나는 것도 아니고, 경차라고 해서 안 날 사고가 나는 것도 아니다. 항상 안전운전 생각하면 될 것이고, 또 난 원래 경차만 타서 큰 차들의 승차감이 얼마나 좋은지를 모르니 뭐가 불편하다고 하는지 솔직히 모르겠다. 몇 가지 불편한 것은 있다. 고속도로에서 속도가 잘 안 난다는 것, 오르막길 힘들다는 것, 자꾸 차들이 내 앞으로 끼어들어 온다는 것. 그런데 끼어들어올 때 진짜 양심적으로 한 대씩만 들어오지…. 대부분 경차는 여성 운전자들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는데, 여성 경차 운전자 중에 성격 안 좋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아두시길.     


처음에는 걱정이 많이 되었는데, 막상 계약하고 나니 기대되는 마음이 더 커진 것 같다.

운전 적응을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빨리 만나고 싶다.

늦어도 6개월 기다리면 된다고 했으니 단풍이 물든 가을에는 나의 세 번째 신차와 함께 여행을 떠날 것이다. 내가 평소 좋아하는 가수는 차에 이름을 지어줬는데, 나도 기다리며 멋진 이름을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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