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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 Sep 16. 2023

베이스(Bass) : 익었다?

네 번째 이야기 : 사람들의 관계 속 이야기

베이스(bass) : 최저음을 의미하는 말이지만, 최저음을 담당하는 악기를 가리키는 용어가 되었다.


밴드나 악기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 많으실듯합니다. 사실 저는 다룰 줄 아는 악기도 없고 크게 무엇인가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조금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출처 : 베이시스트 정승현 님 / 인스타그램 #sh_funk94


 사진 속에 있는 기타는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에 제작된 악기라고 합니다. 전에도 말했듯이 저는 뭐든 새것이 좋은 줄 알았는데, 오히려 새 악기는 아무리 힘을 주어 연주를 해봐도 소리가 먹먹하게 들리더라 말씀하셨습니다. 나와 같은 악기에 전혀 관심도, 지식도 없는 사람이 들어도 마찬가지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60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 동안 충분히 연주되어 왔기 때문에 와인처럼 숙성되었다는 의미로 '익었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그분은 주로 목재를 사용하는 악기가 익어가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예를 들면 오래된 목조건축물이 잘 관리되면 매우 튼튼한 것처럼, 나무 재질이 오랫동안 연주되며 건조되어 가는 과정에서 일정 음역대의 울림을 계속 받으며 연주되는 주파수의 공명을 잘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익어간다고 표현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일상에서 익었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단순한 일차원적인 익었다도 있지만, 어떤 관계가 깊어진다는 의미의 익었다는 표현도 있고, 바로 악기들처럼 오래 시간을 거쳐 그 소리가 깊어진다는 의미로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악기의 연주소리가 충분히 익은 소리를 내려면 기타리스트님의 말처럼 충분히 오랜 시간 연주가 되어야 하듯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사람 간의 관계가 익었다고 표현할 정도라면 과연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 걸까요?


저는 요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신뢰를 주는 사람인가?

그리고 나는 과연 그들을 거짓 없이 정직하게 대하고 있는가?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주변 사람을 얼마나 믿고 있나요?


어떤 사람들은 굳이 필요하지도 않을 그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가면을 쓰기도 하고, 어떤 이는 자신의 모습을 반정도만 보여주는 반투명 가면을 쓰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아예 자신의 얼굴을 감춘 채, 불투명한 가면을 쓰고는 그렇게 실제와 다른 얼굴로 자기 자신마저도 속인 채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적극적인 거짓말아니었고,

그 시작은 다른 사람들의 오해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 오해를 바로 잡아 주지 않은 것을 과연 거짓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요? 내가 말하지 않은 것까지 책임을 질 필요는 없을 수도 있습니다. 자기들 멋대로 상상하고 생각하고 그렇게 판단을 내리고, 또 그렇게 믿어버리는 것들을 일일이 아니라고 수정을 해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들 사이의 신뢰의 문제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서로서로 얽히며 내가 좋든 싫든... 어쨌든 맺어지게 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들은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엇인가를 하든 하지 않든 서로 간의 신뢰 안에서 점점 성숙해 가고 깊어지는, 이 글의 제목에서처럼 익어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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