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은 노래는 알지만 정작 노래를 부른 가수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정말 우연히 내 옆을 그냥 스쳐 지나간다고 해도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불타는 트롯맨>에 나왔을 때만 해도 나는 그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냥 유명한 노래 한곡이 있는 그냥 그런 가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히트곡 하나 있는 오래된... 예전 발라드 가수...
나에게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조금 더 심하게 말하면, 더 이상 발라드를 부르기 어려워 트로트로 전향을 하려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미스터 트롯이 대 히트를 치고, 임영웅, 영탁, 이찬원 등을 포함한 탑 7이라고 불리는 트로트 가수들이 인기를 얻게 되자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트로트 경연도 식상했고, 더구나 오리지널도 아닌, 일명 짝퉁으로까지 여겨졌던 프로그램이었으니, 그는 고사하고 프로그램 자체도 애당초 나의 관심밖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재방송을 보게 되었다.
춘길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모세님...
예선전에서 불렀던 노래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노래도 아니었고, 그리 오래된 가수라면 그 정도 노래하는 것쯤이야 당연한 것 아닌가? 십수 년 노래하고도 노래지적을 당하는 것이라면 이제 그만두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발라드가 아닌 트로트를 불렀음에도 예선에 참가했던 다른 분들보다 노래는 잘하는구나 싶었지만, 아이돌 얼굴에 익숙했던 나에게는 소름 돋게 잘생긴 외모도 아니었고, 남들과 비교해서 엄청난 실력차이를 느낄 만큼 그렇게 트로트를 잘 부른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냥 그 정도 연차면... 당연히 그 정도는 불러야지...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의 관심사는 새로 등장한, 그래서 식상하지 않은 뉴페이스...
이제까지 경연프로에서 나의 첫인상 픽으로 탑이 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프로듀스 101의 강다니엘이 그랬고,
미스터 트롯의 영탁도 첫인상 픽이었다. <불타는 트롯맨>이라는 프로에서의 나의 첫 픽도 그 당시에 불과 팬카페 회원수 1000여 명이 갓 넘었던 분이었고, 나는 나름 팬카페 초창기 멤버이기도 했다. 그러던 팬카페가 지금은 4만 5천 명을 바라보고 있으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없다.
어쨌든 나의 선택은 옳았다.
프로그램 경연 내내 1등 자리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고, 특유의 저음으로 울리는 목소리가 매력이었던 출연자. 만약에 결승전을 앞두고 그런 일련의 이슈가 없었다면 6억 원이 넘는 상금을 받고 승승장구했을 것이며, 내가 모세님을 만날 일 또한 없었을 것이다.
내가 열심히 응원했던 출연자는 결승을 한 회 앞두고 자진하차라는 모양새로 그렇게 프로그램을 끝맺게 되었고, 밤낮으로 달리던 나의 덕질은 갈 곳을 잃었다.
물론 지금도 가끔씩 카페도 들어가 보고 무슨 이슈가 있는지 확인하며, 그렇게 마음으로 아직도 잘되길 응원하고 있다.
그러다 우연히 인스타에서 내가 응원하던 분과 맞팔을 하던 모세님을 발견했고, 무심코 클릭했던 그의 인스타그램의 피드들은 이전까지 여러 연예인들을 팔로우하며 봐왔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주로 회사에서 관리하는 것들과는 다르게 이런저런 사적인 사진들이 재미있게 올려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