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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 Oct 11. 2023

나의 덕후일기

1.  어쩌다가 그를 만나서

내가 그를 만나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유명한 히트곡이 있으나,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혹은 노래는 알지만 정작 노래를 부른 가수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그래서 정말 우연히 내 옆을 그냥 스쳐 지나가도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다.


불타는 트롯맨에 나왔을 때만 해도 나는 그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냥 유명한 노래 한곡이 있는 그냥 그런 가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히트곡 하나 있는 오래된 발라드 가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조금 더 심하게 말하면, 더 이상 발라드를 부르기가 어려워 트로트로 전향을 하려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미스터 트롯이 대 히트를 치고, 임영웅 영탁 이찬원 김호중을 포함 탑 7이라고 불리는 트로트 가수들이 인기를 얻게 되자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트로트 경연도 식상했고, 더구나 오리지널도 아닌, 일명 짝퉁으로까지 여겨졌던 프로그램이었으니, 그는 고사하고 프로그램 자체도 애당초 나의 관심밖이었다.


그러다 재방으로 우연히 보게 된 방송에서, 내 눈과 귀를 사로잡은 사람이 있었다.

물론 그는 아니었다. 그가 아닌 나름 이유는 있다. 일단 그가 예선전에서 불렀던 노래자체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노래도 아니었고, 그리 오래된 가수라면 그 정도 노래하는 것쯤이야 당연한 것 아닌가? 십수 년 노래하고도 노래지적을 당하는 것이라면 이제 그만두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노래는 잘했다. 하지만 아이돌 얼굴에 익숙했던 나에게는 소름 돋게 잘생긴 것도, 남들과 비교해 볼 때 엄청난 실력차이를 느낄 만큼 그렇게 트로트를 잘 부른다고 여겨지지 않았다. 그냥 당연히 그 정도는 불러야지... 생각했던 것 같다.


나의 관심사는 새로 등장한, 그래서 식상하지 않은 뉴페이스...

이제까지 경연프로에서 나의 첫인상 픽으로 탑이 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때 나의 픽도 불과 팬카페 회원수 1000여 명이 갓 넘었고, 나는 나름 팬카페 초창기 멤버이기도 하다. 그러던 팬카페가 지금은 4만 5천 명을 바라보고 있으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없다.

어쨌든 나의 선택은 옳았다.

프로그램 경연 내내 1등 자리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고, 특유의 저음으로 울리는 목소리가 매력이었던 출연자. 만약에 결승전을 앞두고 그런 일련의 이슈가 없었다면 6억 원이 넘는 상금을 받고 승승장구했을 것이며, 내가 그를 만날 일 또한 없었을 것이다.

내가 열심히 응원했던 출연자는 결승을 한 회 앞두고 자진하차라는 모양새로 그렇게 프로그램을 끝맺게 되었고, 밤낮으로 달리던 나의 덕질은 갈 곳을 잃었다.

물론 지금은  중도하차한 첫픽을 적극적으로 덕질이라는 것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가끔씩 카페도 들어가 보고 무슨 이슈가 있는지 확인하며, 그렇게 마음으로는 아직도 잘되길 응원하고 있다.


그러다 우연히 인스타에서 내가 응원하던 출연자를 팔로우하던 그를 발견했고, 무심코 클릭했던 그의 인스타그램의 피드들은 이전까지 여러 연예인들을 팔로우하며 봐왔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주로 회사에서 관리하는 것들과는 다르게 이런저런 사적인 사진들이 재미있게 올려져 있었다.


피드에 첫 댓글을 남겼었다.

그것이 내가 헤어 나올 수 없는 늪으로 빠져든 나의 첫걸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팬들의 댓글마다 일일이 좋아요/ 하트를 눌러주는 가수...

조금 놀랍고 신기하기도 했다. 그는 시간이 많아서, 그리고 팬이 많이 없어서라고는 이야기하지만, 어쨌든 좀 더 팬들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와 주는 그런 모습들이 그의 최대매력이었다.


유튜브 링크를 타고 들어갔다.

최신 영상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보게 된 먹방영상에 정말 혼이 빠진 듯.. 그렇게 넋을 놓고 감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크리스마스날 라면먹방.

한마디도 없이 라면만 먹는 영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을 떼지 못하는 영상.


댓글을 달았다.

어라?

인스타뿐만 아니라 여기에도 일일이 좋아요를 눌러주고 있었다.

귀찮을 법도 하건만. 하나하나 누르는 정성이 대단해 보이기까지 했다.


희한했다.

조금 이상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그가 어떤 사람인지 마냥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유튜브 커버영상들을 하나씩 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나는 그를 만났다.



- 나의 덕후 일기는 다음화에 계속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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