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y Jan 02. 2024

계획과 길

계획은 수정할 수 있고, 길은 하나가 아니다.

2024 년 새 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도 신년맞이 일출명소에는 어김없이 엄청난 인파가 몰렸습니다.

그런데요. 엄밀히 말하면 시간의 경계라는 것은 인간이 규정하고 만든 것입니다. 어제 떴던 태양과 2024년 새해의 첫날에 뜬 태양이 다를 리는 없는데 말입니다. 같은 태양이 매일 뜨고 지지만, 시간의 경계를 만들고 의미를 부여하니, 어제의 태양과 분명 다른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지요.

그렇게 의미가 부여되고 나니, 사람들은 거기에 더 많은 이유를 붙여가며 무엇인가를 하려고 합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가족과 연인과 지인들과 함께 일출을 보며 한해를 계획하며 다짐을 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입니다.


그러니, 태양은 그대로이나 달라진 것은 그로 인해 다짐하는 사람의 마음이라 할 것입니다.


어제는 2시가 넘어서 인스타 라이브방송 알림이 왔습니다. 리누 라는 가수님이었습니다.

보이스킹 우승을 했던 가수 리누 님이 얼마 전 디저트카페를 시작했습니다. 아르바이트생도 있지만, 요즘은 많은 시간을 카페에서 일을 하며 보내고 있습니다. 중간중간 보컬레슨도 하고 말입니다.

팬들과의 유튜브 라이브방송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그렇게 카페에서 일하는 중간에 라이브방송을 켜놓고 잠깐의 소통을 하며 아쉬워하는 팬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일 테지요. 팬들은, 일을 할 때면 별 대화 없이 그저 그렇게 일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는 한답니다. 어제도 밤늦은 시간에 그렇게 팬들과 잠깐의 소통시간을 가졌던 것입니다.


꼭 그 때문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아무튼 아침에 늦잠을 자버렸습니다.


어차피 날씨가 흐리기 때문에 일출을 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며 스스로 위안을 삼았습니다. 꼭 일출을 보면서 계획을 잡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아침으로 떡국을 끓여 먹고는, 나름 산을 올라가 볼까 하여 출발을 했습니다.

애초의 계획은 인천대공원으로 가서 나지막한 산에 오른 후 한두 시간 정도 걸으며 생각을 정리해 볼까 했었습니다. 흐린 날씨 이기는 했지만 영상의 날씨여서 그렇게 춥다고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는 길에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에 들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아메리카노를 선택했을 테지만, 달달한 돌체라테를 사서 다시 차를 몰고 출발을 했습니다.

그런데 고속도로 입구 신호등 앞에서 갑자기 송도 센트럴파크 공원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급 차선을 변경하여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평소에 다니던 길이 아니라 어디쯤에서 다리를 건너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내비게이션을 설정하고 다시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평소 다니던 길을 지나쳐버렸습니다. 조금 더 가면 유턴을 할 수 있는 신호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유턴신호를 기다리는데, 내비게이션이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다른 길을 알려주며 직진을 명했습니다. 혹시나 새로운 길이 생겼나... 하는 호기심에 다시 차선을 변경하여 내비게이션이 가라는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송도로 넘어갈 수 있는 다른 다리가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늘 다니던 길로만 다니다 보니 그런 길이 새로 생겼는지는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길을 잘못 들었다고 느낀 순간 돌아가려고 했지만, 길은 역시 하나가 아니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나 할까요? 다음부터는 그 길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계획은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고, 길은 하나가 아닐 수 있다.


살다 보면 계획한 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애초 세웠던 계획을 대폭 수정해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계획을 수정할 때는 오늘의 저처럼 많은 고민 없이 급박하게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것이 내 인생의 중요한 목표와 관련된 일이라면 신중에 신중을 기한 후에 수정해야겠지만 말입니다.


내가 목표를 잊지 않는 한은 그렇게 조금은 다른 길로 돌아가더라도 결국에는 목표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길은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물론 가장 쉽고 빠른 길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길고 긴 인생길인데, 조금은 돌아가면 어떤가요? 목표에 도착한 이후에는 똑바른 곧은길로 왔든 구불구불한 길로 돌아서 왔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목표를 잃거나, 힘들다고 중도에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받기에 마땅하기 때문입니다.


계획한 일들 차근차근 이루어가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뒷담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