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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 Jul 02. 2024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지난 토요일에 있었던 일입니다.


가평에 행사일정이 있어서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점심때까지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힐 듯 찌는 듯한 무더위였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의 맛이라도 보여주려는 듯 태양아래에서는 무방비상태로 버티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며칠 전부터 가슴조려가며 주시했던 일기예보에서는 오후에 비소식이 있다고 했었는데,

'그러면 그렇지...' 하며 비소식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렇게 땡볕아래서 30여 분 동안 태양의 존재감을 온몸으로 느낀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동행하는 분이 있었는데, 두시가 넘어가는 시간임에도 긴장한 탓에 아무것도 못 드셨다고, 하남에 들러서 식사를 하고 가자고 하셨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하는 길에... 서울로 들어서면서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저는 비 오는 날 운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사이드미러와 차선이 잘 안 보이기 때문입니다. 낮시간도 그런데 점점 저녁으로 향하는 시간이라 더 긴장이 되었고, 더군다나 나름 멋을 부린다고 평소 잘 착용하지 않는 렌즈까지 끼고 운전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많이 내리지는 않으니, 이 정도면 괜찮다 하며 운전을 했습니다. 동행하신 분을 댁에 내려드리고 집으로 향하는 도로 위는 이미 쏟아지는 비로 살짝 잠긴듯했습니다. 달리려고 해도 달릴 수가 없는 상태여서 나름 안전하게 속도를 줄이고 달리는 중이었습니다.

혹시 모세의 홍해바다의 기적 그림으로 본 적 있으신가요?

달리는 차들 양옆으로 도로 위에 고인 물들이 마치 홍해바다처럼 갈라지기라도 하는 듯 위로 치솟았습니다. 그러다 옆 차선의 트럭이 옆을 지나면서 그 갈라진 홍해바다의 물이 앞유리를 덮어버렸습니다. 비는 쏟아지고 순간 앞이 보이지 않아서 당황했는데 속도를 조금 더 줄이고 무사히 주행할 수 있었습니다. 잔뜩 긴장을 했다가 드디어 집에 도착하는구나 안심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정말 어이없게 사고가 났던 것입니다. 상대차는 트럭이었고 제차는 niro... 거의 충돌이 느껴지지도 안았는데, 어이없게도 제 차가 많이 파손이 되었습니다. 우산도 없이 사고 난 현장확인을 하다 보니 순식간에 온몸이 젖어버렸습니다. 그때만 해도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의 과실이었고 망가진 차의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바로 보험회사에 연락을 하고, 담당자분께서 오기까지 거의 멘붕상태였습니다. 바로 앞에 집으로 들어가는 현관문이 보이는데 비 맞은 생쥐꼴을 하고 사고수습을 하려고 하니 말입니다.

충격이 크지도 않았고 별일 아니겠지 했다가 차 상태를 보고 당황했습니다.

차는 기아서비스센터로 갔고, 오늘 수리하시는 기사분이 하시는 말씀이 뒷문이랑 뒤 범퍼, 깨진 라이트까지 다 갈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사실은 그전까지는 아프지 않았습니다. 뭔가 커다란 충격이 있었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수리 기사님의 말을 들은 후부터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 말과 비슷한 말들 많이 있을 수 있는데, 사실은 [맛있는 녀석들]이라는 TV 먹방프로그램 중 김준현 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음식이 꽉 차있다고 해도, '나는 더 먹을 수 있다'라고 생각하면 위가 늘어난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는 무슨 소리냐고 웃어넘겼는데, 오늘 제가 바로 정신에 육체가 지배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생각보다 차량상태가 좋지 않아서 수리규모가 커지다 보니 괜찮았던 몸 여기저기가 아픈 것 같고, 실제로 아프기도 해서 의자에 앉아있는 것도 힘든 하루였습니다.

주변분들은 교통사고 후유증이 아닌지 걱정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실제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이는 그날의 사고를 무한 반복으로 복기하며,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하고 스스로를 괴롭힌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루종일 망가진 차의 모습이 떠오르고 그때마다 스스로를 자책하니,  멀쩡한 사람도 병이 나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고보면, 저는 오늘 하루종일 부정적인 생각과 자책으로 육체를 괴롭혔던 것입니다.


그만하길 다행이다.

애초 사고가 났을 때, 다친 데가 없어서 다행이다 했었습니다.

아픈 곳이 없으니, 이제 차가 걱정이 되었던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참 간사한 것 같습니다. 다치지 않은 것만도 감사할 일이었는데 말입니다.


점점 안 좋은 생각에서 벗어나는 중입니다.

어떤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의 보물 1호인 차가 본 보습을 찾아야, 여기저기 쑤시고 아픈 것이 사라질 것 같다고 말입니다. 멋지게 수리되어 본모습을 찾은 차를 보면 또 그럴 것도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정신이 육체를 지배할 거라면, 부정적인 생각으로 육체를 괴롭히지 말고, 긍정적이고 밝은 기운으로 정신도 몸도 채워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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