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총층수에 따라서 조금씩은 다를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예나 지금이나 선호하지 않는 층은 있습니다. 바로 저층세대입니다. 언젠가부터는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도록 1층을 원하는 가구들도 있고, 또 1층의 메리트로 단독 정원을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전히 선호하지 않는 층이긴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지어진 지 오래된 곳이기 때문에,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들에 있는 1층 단독정원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본인들의 정원처럼 꾸미시거나 농작물을 경작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물론 따지고 보면 공동의 정원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은 원칙에 맞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농작물 재배금지>라는 팻말이 여기저기 세워져 있기도 합니다만, 아랑곳하지 않고 고추, 가지, 대파 등등 여러 가지 농작물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단순한 농작물이 아니라, 1층세대 베란다 쪽에 심어져 있는 석류나무입니다. 오늘 산책을 하며 살펴보니 여전히 석류가 달려있었고, 올해도 어김없이 무더위를 견뎌내며 속을 채워가고 있었습니다. 아마 조금 더시간이 지나면 아주 빨갛고 탐스러워질 것입니다.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아파트 계단을 청소해 주시는 어르신께서 저를 붙잡고 하소연 비슷하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기 1층에 석류나무 봤어?"
"그거 하나만 달라고 했더니, 안된다고 딱 자르더라고... 자식들 오면 줄 거라고 말이야."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지나다니면서 나날이 붉어지는 석류가 탐나기는 했었습니다. 저렇게 빨갛게 익은 석류를 나무에서 바로 따서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석류나무 주인이 안된다고 하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분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성으로 키운 것이고, 이 사람 저 사람 다 달라고 한들 다 줄 수도 없으니 말입니다.
주인이라는 분이 안된다고 하니 그렇다고 몰래 서리하듯 딸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구나... 하고 넘어간 일이 있었습니다.
우연히 지나가는 말로 이 일을 언니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언니네 아파트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1층세대에서 공동정원에 감나무를 심었는데, 그 감나무에 탐스럽게 감이 열리자 아파트 주민들이 감을 따려고 했던 것입니다. 아파트 주민들은 그곳이 분명 공동정원이었고, 1층세대에 단독 정원 이용허가를 준 것이아니니, 당연히 아파트 소유 감나무일 것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자 감나무를 심은 분이 본인 소유를 주장하며 아파트 주민들에게 감나무 열매에 손도 못 대게 했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 서로 얼굴을 붉히는 말이 오가고 했었나 봅니다.
혹시 어찌 되었을 것 같으세요?
저희는 석류나무 주인분이 안된다고 하시니 그런가 보다 하고 말았는데, 그쪽 아파트 주민들은 관리사무소에 항의를 했다고 합니다. 아마 좋게 말씀하신 게 아니라서 그냥 넘기기가 싫었던 모양입니다.
결론은 감나무를 공동소유로 하든지, 그게 싫으면 뽑아야 한다고 했답니다. 이 정도면 감나무 주인이 양보할 만도 한데, 이미 서로 기분이 상할 대로 상해있었던 탓인지 감나무를 정원에서 뽑아버리셨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법대로 할 것인가, 아니면 그러려니 하고 넘길 것인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애초에 조금씩 나누었다면 괜찮았을 텐데, 중간 과정에서 서로의 감정이 상하게 되다 보니,애꿎은 감나무만 뽑힌 꼴이 되었습니다.
사람일들이 다 그런 것 같습니다. 조금 더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적 생각을 해보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최선의, 조금 더 합리적인 해결방법을 찾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굳이 감나무를 뽑는 사태까지는 가지 않았겠지요?
무슨 일이든 감정이 앞서다 보면 이처럼 결과가 나쁜 쪽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어떤 일이 닥쳤을 때 감정에 휩쓸리지 말자... 하며 늘 다짐을 하지만 또 그것이 잘 되지 않는, 어쩔 수 없는 감정의 동물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늘 애는 쓰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이해 혹은 묵과로 아직도 매년 열매를 맺고 있는 석류나무도, 순간의 감정을 참지 못하여 뽑혀 나간 감나무도 저는 완벽하지 않은 해결책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람일에 완벽한 정답이라는 것이 있을 수도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도 저는... 한쪽만의 온전한 양보도 아닌, 그렇다고 어느 누구도 손해 보려고 하지 않는 팽팽한 마음도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