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섞으면 맛있을까] 7화

케밥은 어떻게 유럽 어디서나 있는 길거리 음식이 되었을까?

by 이마루

작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생애 첫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한달에 걸쳐 6개국을 여행하며 느낀 점들 중 하나를 꼽자면

케밥의 대중성이다.


워라밸 좋아하는 유럽에도

유독 늦게까지 열려있는 식당이 있다.

바로 케밥집과 중국집.


독일에서 밤거리를 다니다 보면

비어홀에서 맥주를 두어잔 마신 사람들이

고기가 가득 찬 피타 빵을 한 손에 들고 돌아다닌다.

그걸 보며 문득 궁금해졌다.

"어떻게 케밥은 이렇게 흔한 음식이 됐을까?"


케밥이라는 음식 자체는 사실

터키뿐 아니라 중동과 지중해 여러 지역에서 존재해왔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유럽에서 먹는 도네르 케밥(Döner Kebab) 샌드위치는
터키 이민자들이 독일에서 만든 현대적 포맷에서 시작됐다.

1960~70년대 독일은 게스트 아르바이터(Gastarbeiter)라 불린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규모로 받아들였다.
그중 터키계 이민자가 가장 많았다.


이들은 주로 공장에서 일하며 주말에는 모여 고향 음식을 해 먹었다.

그런데 경제가 성장하면서 도시엔 패스트푸드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때 터키 이민자들이 터키식 꼬치구이(케밥)을
플랫브레드에 싸서 파는 형식으로 선보였다.

샌드위치 도네르 케밥의 탄생이다.


도너 케밥은 맛, 가성비, 편리함, 세 가지 장점을 무기로
얼마 지나지 않아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터키계 이민자들이 대규모로 정착한 도시마다 케밥 가게가 생겼고,

그 커뮤니티 안에서 노하우와 레시피가 퍼졌다.


나는 처음 뉴욕에서 케밥을 먹었을 때
당연히 처음 보는 맛과 향에 꽤 신기해 했다.

그러나 몇 년만에 유럽에서 다시 만난 케밥은

오랜만에 먹는 한식처럼 집밥 느낌이 났다.


유럽 여행을 다니면서 깨달았다.
케밥은 "분식집"이구나.

분식집을 다닐 땐 맛집을 고집하기보다

집 근처에 있는 곳을 자주 가게 된다.

나에게 분식집이 그렇듯 많은 유럽 사람들에게 케밥은

"유럽의 분식집"으로 받아들여진다.


피자가 이태리에서 미국으로 넘어와서

미국식 스트릿 푸드의 대명사가 되었듯이

케밥 역시 터키를 비롯한 중동 국가에서 넘어와

유럽을 대표하는 스트릿 푸드가 된 것이다.


나는 요리를 잘 모른다.
하지만 뮌헨의 케밥 가게 밖에서

맥주잔을 들고 케밥을 먹는 사람들을 보면
법과 정책보다 더 깊숙이 삶에 관여하며,
음악 만큼이나 아름답게 사람들의 일상이 되는 것은

다름아닌 음식임을 실감한다.


케밥은 이민자들의 입속에서 유럽인들의 입속으로

과도하게 섞이지 않고도 아름다운 퓨전을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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