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섞으면 맛있을까] 8화

세계 어디나 있지만, 그 어디도 같지 않은 중화요리

by 이마루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기 전의 나는,

중국집이라고 하면 짜장면이나 탕수육이 떠올랐다.

중화요리의 초통령, 그 양대산맥이었으니까.


하지만 미국으로 건너왔을 땐,

어느 중국집에 가도 짜장면은 찾을 수 없었다.

급식처럼 밥이나 면에 고기 반찬을 골라 먹는,

판다 익스프레스 같은 곳이 주류였다.


한참 뒤 일본에 와서는,

완전히 다른 중화요리가 있음을 배웠다.

라멘, 탄탄멘, 교자 등 일식으로 알고 있었던 것들.

그런 것들이 일본에선 중국집 메뉴판을 주름잡고 있었다.


“같은 중국집인데… 메뉴는 왜 다 다를까?”

중화요리 세계가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걸 느꼈다.


중화요리는 정말 손에 닿는 곳에 있다.
하지만 그 ‘중화요리’의 모습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미국에서는 직관적 단짠 American Chinese 요리가 주류다.

궁보지단, 탕수육, 깐풍기 등을 미국인 입맛에 맞춰져서

든든한 도시락처럼 팔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짜장면과 짬뽕이 중화요리의 상징이다.
이 역시 화교 이민자들이 산둥식 면요리를 바탕으로 현지화한 결과물이다.


향신료가 선호되지 않는 일본에서는

다소 매운 자극이 적은 요리들이 살아남았다.

교자, 쇼유라멘, 니꾸만쥬 등등.


나라만큼이나 다양한 중화요리의 모습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 해답은 아마도 “이민자”라는 단어에 있다.


중국 요리는 일찍부터 전 세계로 퍼져나간 요리 중 하나다.
하지만 초기 이민자들이 마주한 환경은 불친절했다.

본토 식재료를 구할 수 없고,
현지인은 생소한 향신료나 조리법을 거부했다.
그래서 그들은 요리를 바꾸는 쪽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전통’을 유지하기보단 ‘생존’을 택한 요리가 탄생했고,

그게 바로 우리가 세계 곳곳에서 마주하는 각국의 중화요리다.


중화요리는 가장 먼저 세계로 퍼진 퓨전 요리이기도 하다.

처음엔 어쩔 수 없이 만들어졌고,
이후에는 그 나라의 입맛과 섞여 ‘당연한 음식’이 되었다.

이제는 어떤 나라에 가도 그 나라만의 ‘중화요리’가 존재한다.
그리고 본토 중국인은 그걸 전혀 모를 수도 있다.


중화요리는 이렇게, 국적을 넘어서
사람들의 입맛을 받아들이며 살아남는 데 성공한 음식이다.

그리고 그건, ‘섞여서 살아남은 음식’의 정수이기도 하다.


어쩌면 ‘섞이면 맛있을까?’라는 질문보다 먼저,

‘섞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이 필요한 게 아닐까?

중화요리는 그 질문에 오래전부터 대답하고 있었다.
낯선 거리를 익숙한 맛으로 채워나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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