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은 모르는 스시 — 캘리포니아롤과 퓨전 스시의 세계
5년 전 미국에서 일본으로 이주하고 처음으로 100엔 스시집을 갔었다.
스시를 좋아하진 않지만 친구에게 등을 떠밀려 간 것이다.
그나마 무난한 크런치롤을 시키려고 메뉴를 뒤져보았지만
메뉴에서 크런치롤은 커녕 흔한 캘리포니아롤도 없었다.
그때는 몰랐다.
미국에서 흔히 먹는 이런 롤들은
전형적인 '미국식 스시', 혹은 '퓨전 스시'라는 것을.
그래서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아주 약간 당황스러웠다.
"스시라고 부르지만 스시가 아니야."
"일본 사람들은 이게 뭔지도 모를 걸?."
스시가 처음 서양에 소개된 것은
1960~7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였다.
초기엔 생선과 날 것을 기피하는 문화 때문에
스시는 외면받기 쉬운 음식이었다.
그래서 일본 요리사들과 이민자들은
현지에서 스시를 팔기 위해 고민했고,
결국 날생선을 익숙한 재료로 바꾸고,
김을 안 보이게 속에 넣고,
아보카도, 크림치즈, 마요네즈 등
승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식재료를 더한 스시가 등장하게 된다.
이게 우리가 아는
캘리포니아롤, 필라델피아롤, 스파이시 튜나롤의 시작이다.
이런 퓨전 스시는
미국 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제는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유럽, 동남아까지 퍼져나간 세계적 메뉴가 되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정작 일본인들은 이 메뉴들을 보면
약간의 ‘정서적 거리감’을 느낀다는 점이다.
스시는 'Culinary bastardization' 즉 식문화의 서자화를 통해
스시는 국경을 넘으며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된 게 아닐까?
아버지 격인 일본식 스시의 간단명료하고 정교한 요리에서
아들 격인 미국식 롤의 변화무쌍하고 강렬한 요리로.
같은 이름을 갖고 있지만
태평양을 건넌 ‘스시’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건
현지에 뿌리내린 일본 이민자들과
그들이 겪은 문화적 간극이다.
그들은 일본 스시를 그대로 가져와 팔기보단,
현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스시를 만들었다.
나는 이 과정을 보며
음식의 정체성이라는 게
절대적인 게 아니라, 맥락에 따라 생성되는 것임을 느꼈다.
정작 본고장 사람들은 “저건 우리 거 아냐”라고 느껴도,
현지인들에겐 충분히 그 문화를 대표하는 음식이 될 수 있다.
이민자의 고군분투로 시작된 음식이
이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자기 식으로 재창조하는 메이저 음식이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식문화에서 서자가 된다는 건
어감이 주는 느낌과는 달리 그리 나쁘게만 보이지 않는다.
캘리포니아롤을 먹으면서
“이건 일본 음식인가, 미국 음식인가?”라고 묻는 건
아마 무의미한 질문일지도 모른다.
더 중요한 건
그 음식이 새로운 입맛을 열어줬고,
그걸 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섞고 바꾸고 즐기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우리는 또 이렇게 묻는다.
“섞으면 맛있을까?”
캘리포니아롤은 이미, 그 질문에
“나만큼 맛있는 아류는 없다”라고 답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