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섞으면 맛있을까] 6화

불고기의 흥행 신화, 그리고 다음 과제

by 이마루

7-8년 전쯤, 내가 미국에 살던 때의 일이다.

친구가 하우스파티에 나를 비롯한 친구들을 초대했다.
파티니까 술도 있고, 핑거푸드도 있을 거라 생각하고 갔는데
주방에서 뭔가 익숙한 냄새가 났다.


어디선가 한국 마트에서 산 불고기 소스를 가져온 친구가
식빵에 불고기 소스를 발라 구워서 내고 있었다.

“이거 한국식 BBQ 소스야! 빵에 발라 먹으면 맛있더라구.”


나는 그걸 보고 꽤 놀랐다.

불고기라는 음식이 미국에서는 '고기 요리'를 넘어

그냥 ‘맛있는 소스’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구나.


간장 베이스에 단맛이 나는 불고기 양념은
이미 수년 전 정착한 미국식 중식과 일식에 익숙해진

미국인들의 입맛에 매우 친숙한 맛이었다.


미국인들이 이미 좋아하던 테리야끼 소스와도 비슷했고,
짜고 달달한 맛의 조합은 누구나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러면서 불고기는 점점 고기 요리뿐이 아닌

재료 또는 소스로서도 자리 잡기 시작했다.


오래전 엘에이 대표 한식 퓨전인 불고기 타코가 시발점이라면

현시점에서 불고기라는 요리는

한국풍의 단짠한 맛을 내는 재료로 기능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내 친구의 파티에서 식빵+불고기 소스라는 조합을 보고
처음에는 웃겼지만 생각할수록
이민자 음식이 메이저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이라는 걸 깨달았다.


초기에는 현지화된 입맛으로 본래의 맛을 타협해 팔고,

더 나아가서 진짜 불고기의 맛을 조금씩 소개하다 보면

그다음에는 그 음식의 맛 요소만 추출해서
현지인의 익숙한 형태로 응용하기 시작한다.
(불고기 타코, 불고기 케밥 등)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현지인들이 그 재료를 자기식으로 창작하기 시작한다.

(불고기 소스 빵, 불고기 드레싱 등)

나는 그때 "아, 이제 불고기는 월클이구나"라고 느꼈다.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이제 불고기가 넘어야 할 벽은

해외 맥도날드에서 사천식 소스에 열광하듯

맥도날드 불고기 맛 소스를 개발하고

해외 서브웨이 스리라차 소스통이 늘 반쯤 비어있듯

불고기 소스통이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다.


음식이 국경을 넘을 때
요리를 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국경을 넘고

다음엔 그 맛이 국경을 넘어 현지인들을 길들이고,

그때부터는 사람들이 그걸 가지고 놀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그 음식은 메이저가 된다.


"섞으면 맛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또 하나의 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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