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든 맛있는 파스타, 어딘가 낯선 라멘
외국에 나가면 꼭 한 번은 먹게 되는 음식이 있다.
그 나라 음식을 체험해 보겠다고 결심해 놓고도, 낯선 식재료와 익숙하지 않은 향신료 앞에서 슬며시 물러난다. 그러다 발견하게 되는 익숙한 이름 하나.
Spaghetti.
Pasta.
Carbonara.
이탈리아의 정취는 없는데, 그 나라의 해변 카페나 고속도로 휴게소 한편에서 무심하게 등장한다.
놀랍게도 맛은 대부분 ‘기대 이상’이다.
파스타는 어디서 먹어도 꽤 괜찮다.
반면 라멘은 다르다.
해외에서 일본 라멘집을 찾으면,
간판도 일본식이고 인테리어도 비슷하다.
하지만 국물을 한 입 떠먹는 순간
그 미묘한 어긋남이 느껴진다.
‘뭔가 빠진 것 같은데...’
나는 요리사가 아니다.
요리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배운 적도 없고
맛을 설명할 단어도 많지 않다.
하지만 그 어색함은 확실히 안다.
마치 자막이 어설픈 외화를 보는 느낌이다.
분명히 알 것 같은데, 뭔가 다르다.
파스타는 번역이 잘 되는 음식이다.
재료도 단순하고, 소스와 면의 조합만으로도 충분한 설득력을 가진다.
그 나라의 토마토, 그 나라의 치즈, 그 나라의 햄을 써도 그럴듯하게 나온다.
그래서일까, 파스타는 자주 현지화된다.
심지어 그 현지화가 또 다른 미각을 만들어낸다.
태국식 파스타, 한식 크림 파스타, 인도식 마살라 파스타.
파스타는 국적을 바꿔도 살아남는다.
아니, 국적을 바꿀수록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라멘은 번역이 어렵다.
일본에서처럼 숙성된 간장의 농도, 가쓰오부시의 깊이, 면의 탄력,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받쳐주는 조용한 정서.
그중 하나라도 빠지면, ‘그럴듯하지만 어딘가 이상한 무언가’가 된다.
라멘은 정교하고, 완성형이고, 그래서 현지화되면 본질을 잃기 쉬운 음식이다.
어떤 음식은 이민자처럼 뿌리를 옮겨도 잘 적응한다.
어떤 음식은 유학을 나간 듯 말은 배워도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파스타는 성경구절처럼 세계 어디서든 자연스럽게 읽힌다.
라멘은 사회 풍자 코미디처럼 번역되기 어렵다.
퓨전 요리는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번역이 잘 되는 음식과 번역이 어려운 음식이 만나면
그 사이에서 새로운 언어가 생긴다.
그게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그저 요리사의 실력만이 아니라,
문화의 너비, 재료의 융통성,
그리고 기억의 허용범위에 달려 있다.
이제 나는 파스타보다 라멘을 더 자주 떠올린다.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알고 싶다.
“섞으면 맛있을까?”
이 시리즈는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