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_준비물
세계여행을 시작하기 전 마지막 시리즈다. 이렇게 할 말이 많을 줄 나도 몰랐다. 브런치라는 툴로 이렇게 기록을 하게 될 줄 몰랐는데 정기적으로 연재도 할 수 있어서 나에게도 자극이 되고 꾸준히 기록을 정리하기 좋아서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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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과 비자
세계여행을 하면서 느낀 건데 우리나라 여권을 가지고 여행을 한다는 게 참 뿌듯했다. 세계 여러 나라를 비자 없이 다닐 수 있었다. 비자발급을 따로 받지 않아도 해당 나라에 머물 수 있다는 건 참 특별한 혜택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와 협정을 맺지 않아서 비자가 필요한 나라도 있고 도착비자가 가능한 나라, 전자여행허가를 미리 받아야 하는 나라도 있으니 꼭 입국 전에 최신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지금 이 글의 정보도 2023년과 2024년 정보라서 몇 년 후에는 달라져 있을 수도 있겠다.
비자랑 비슷한 개념인 전자여행허가를 받기 어려웠던 나라가 생각났다. 왜 사람들이 어메이징 인도라고 하는지 입국 전 사전입국허가서를 작성하며 깨달았다. 작성해야 할 정보량도 많았고 왜 이런 것까지 적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항목들도 많았다. 나의 신체적 특징을 물어본다거나 부모님의 성함과 본적은 또 왜 궁금한 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또 하나 기억나는 나라가 있는데 바로 남미의 볼리비아였다. 남미의 다른 나라들은 무비자입국이 가능했는데 유독 볼리비아만 대사관에 필요서류들을 들고 찾아가서 직접 신청하고 비자를 수령해야 했다. 도착비자를 받을 수도 있었는데 미리 발급받는 거보다 비용이 더 비싸다고 하니 미리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비자와 비슷하지만 다른 미국의 ESTA처럼 사전에 전자여행허가를 발급받기 위한 정보등록이 필수인 나라도 있어서 최신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대부분의 나라가 온라인으로 신청해서 받는 것이 가능했다. 기본적으로 발급신청 후 며칠 소요되는 경우도 있으니 조금은 여유 있게 신청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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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 달린 배낭
우리는 배낭과 캐리어를 고민하다가 바퀴 달린 배낭을 가져가기로 결정했다. 여러 여행 유튜버들이 추천해 주는 가방을 참고해서 우리는 오스프리 제품을 직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구할 수가 없었다. 용량 80리터와 65리터짜리 메인 배낭과 각자 백팩 하나씩, 보조가방 하나씩을 가지고 출발했다.
비행기 수화물 무게 때문에 용량에 따른 무게가 궁금했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이 정도 용량에 여행 짐을 가득 채우면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총 46번의 비행을 하면서 감을 잡을 수 있었다. 80리터 가방은 가득 채웠을 경우 20~25KG 정도이고 65리터 배낭은 17~23KG 정도였다. 공항 카운터 앞에서 짐 다 풀고 다시 싸는 일을 겪고 싶지 않다면 무게를 미리 달아보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두 명이라고 합산해서 계산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1인당 23KG이니까 둘이 합쳐서 46KG만 안 넘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많이 싸워 봤는데 1KG도 얄짤 없었다. 그리고 가끔 기내용 수화물의 부피뿐만 아니라 무게도 재는 경우가 있었는데 무게가 오버될 경우 아주 골치가 아프다. 노트북을 꺼내서 손에 들고 옷을 최대한 껴 입어야 할 수도 있으니 유의하자.
위탁수화물의 무게가 30KG인 경우는 드물었고 보통 23KG가 많았다. 가장 저렴한 비행기 티켓은 항상 매우 높은 확률로 수화물을 추가해야 했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조마조마했다. 이미 한국에서 출발할 때 멕시멈으로 챙겨서 나왔기 때문이다.
어떤 가방을 가져갈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가장 추천하는 가방은 바퀴 달린 배낭이다. 약간 수륙양용 느낌처럼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 사실 배낭으로 매고 다닌 적은 거의 없다. 캐리어보다는 많이 들어가진 않지만 두 개의 바퀴가 정말 튼튼한 것이 큰 장점이다. 유럽의 석재 바닥이나 아프리카의 비포장도로는 캐리어로는 답이 없으니 본인의 여행 스타일을 고려해서 선택하면 될 것 같다. 렌터카를 빌리거나 택시 등 대중교통이 아닌 차로 이동할 여행자는 캐리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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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와 여행자 보험
출발 한 달 전에 국립중앙의료원과 보건소에 가서 온갖 예방 주사를 맞고 약을 복용했다. 뭘 맞아야 할지는 검색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고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상담으로도 알 수 있었다. 중요한 건 내가 어느 나라를 갈지 대략이라도 알아야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말라리아약은 너무 비싸서 한 달 동안 복용할 수 있는 정도만 챙겨갔다.
결과적으로 얘기하자면 와이프는 뎅기 2회, 말라리아 1회에 걸렸다. 24시간 붙어있었지만 그 모기가 나는 안 물었나 보다. 슈퍼 면역력으로 이겨냈을 수도 있다. 직접 경험하니 잘 알게 되었다. 뎅기열은 4종류가 있는데 한번 걸렸다고 항체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이제 넌 두 종류의 뎅기열에는 슈퍼 면역자라고 부러워했다가 등짝스메쉬를 맞았던 기억이 있으니 부러워하지는 말자.
이번 세계여행을 하면서 가장 잘한 것 중의 하나는 단연코 여행자보험에 가입한 것이다.
3개월의 아프리카 여행을 마치고 남미의 브라질로 넘어왔을 때 더웠다 추웠다를 반복하면서 체온조절을 못하는 와이프를 보고 인도에 이어서 또다시 뎅기열에 걸린 줄 알았다. 피검사 후 말라리아 진단을 받았다. 5일 후 차도가 없어 다시 병원에 방문했을 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엔 뎅기열이란다. 오진인 줄 알고 방방 뛰었지만 두 가지 질병에 한꺼번에 걸린 것이었다. 이후 만나는 여행자들에게 꼭 여행자보험 들으라고 한다.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우리는 이것저것 비교해 보다가 물품 분실보다는 질병에 초점을 맞췄었다. 언제든지 카톡으로 우리의 위치와 증상을 알려주면 우리가 위치한 도시의 병원을 알아봐 주고 예약까지 진행해 준다. 가장 중요한 증상에 대한 설명도 실시간 통역까지 해주는 상품이었는데 다시 생각해도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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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 어플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어플들이 있다. 일단 깔자.
구글맵과 구글번역, Currency, What’sApp이다.
구글맵은 차로 이동을 하던지 걸어서 이동을 하던지 해외에서 이동시에는 꼭 필요한 어플이다. 조금 헤매긴 했지만 인도의 바라나시에서 굽이굽이 좁은 골목길도 잘 찾아다녔고 아프리카에서 셀프 사파리(게임드라이브) 할 때에도 비포장 도로를 잘 찾아다녔다.
번역어플은 무엇보다 메뉴판 볼 때 유용하게 썼다. 번역어플에 사진을 눌러서 궁금한 글씨를 비추면 실시간 번역한 한글을 확인할 수 있다. 현지인들도 엄청 신기해해서 많이 알려주고 다녔다.
Currency 어플은 환율계산해 주는 어플이다. 여행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유용하게 썼던 어플이다. 오프라인으로도 확인할 수 있어서 인터넷 연결이 안 되는 곳에서도 불편함 없이 사용했다.
What’sApp도 꼭 필요한 어플이다. 동남아, 아프리카, 남미, 미국, 유럽 모두 왓츠앱을 사용하기 때문에 필수이다. 숙소 호스트와 연락하거나 투어를 예약할 때도 사용했고 이런저런 이유로 현지인들과 소통이 필요할 때 번역기와의 조합으로 직접 대화하는 것보다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다. 이동수단이나 투어 예약 시 비용이 갑자기 높아질 때 증거자료로도 몇 번 이용했다.
이 외에도 우버나 볼트 같은 택시 어플들이 있다. 동남아는 Grab과 Gojek, 오만은 Otaxi, 인도는 Ola cabs, 미국은 lyft 등 나라마다 다양한 어플들이 있어서 사전에 등록이 가능하다면 미리 어플을 깔아 두는 것을 추천한다. 가끔 현지 번호가 있어야 등록이 가능한 어플들도 있으니 국가 이동 전 꼭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갑자기 중요한 게 생각나서 추가해 본다.
바로 익스피디아어플이다. 돌아가는 비행기표 없이 여행하는 세계여행자에게 출국 때마다 생기는 문제는 바로 리턴티켓이다. 불법체류를 방지하는 목적이라는 건 알겠는데 정말 나도 다음에 어느 나라를 언제 떠날지 모른다. 합법적인 체류기간 안에 나간다는 서약서를 쓰는 경우도 있다는데 이게 참 불편하다. 비행기 탈 때마다 확인하는 이유가 체류 관련 문제가 생겼을 때 리턴티켓을 확인 안 한 항공사의 책임이 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은 참 곤란한 상황이다.
그래서 익스피디아 어플에서 무료취소 항공권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여행했다. 설정을 미국계정으로 하고 표를 구입하면 하루동안은 무료취소가 가능하다. 환불도 바로 해줘서 아주 잘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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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는 선택
> 국제운전면허증과 영문면허증
우리는 여행 중 렌터카 이용을 많이 했기 때문에 국제운전면허증과 영문면허증이 필수였다. 문제는 국제운전면허증 유효기간이 일 년뿐이라는 것. 우리는 인터넷으로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서 미국에 살고 있는 친구한테 우편으로 보내서 새로운 면허증을 받을 수 있었다.
유일하게 튀르키예에서 면허 관련 문제가 있었다. 렌터카를 빌릴 때 운전 경력이 최소 1년이 지나야 차를 빌릴 수 있었다. 영문면허증이 뒷면에 있는 걸로 새로 발급받고 싶어서 여행 출발 전에 새로 발급받았더니 문제가 생겼다. 그들도 한국은 갱신이라는 제도가 있는 걸 알고 있지만 나의 운전경력을 증명하지 못하면 방법이 없다고 했다. 다행히도 민원 24시에서 운전경력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예전 면허증 사진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하니 사진 하나 찍어두면 좋을 것 같다.
> 한국 약
며칠간 고생하던 감기가 한국에서 만든 제조 감기약을 먹고 하루 만에 나았다. 외국에서 산 감기약을 며칠간 복용해도 소용없었는데 신기했다. 특히 제조약이 정말 유용했다. 멀미약이나 고산병약은 현지에서 구하는 게 효과가 좋았다. 아이슬란드에서 감기에 심하게 걸려 한국약을 구하려고 카톡 오픈채팅방에 도움을 청했는데 정말 여러 사람이 도와주셨다.
가능하다면 한국에서 약을 지어가는 걸 추천한다.
> 침낭과 전기매트
짐이 될 거 같으니 가져가지 말자고 했던 나를 반성한다. 정말 유용하게 썼다. 숙소의 침구류가 관리상태가 안 좋을 때나 슬리핑 버스나 기차에서, 유럽의 캠핑장에서도 필수템이었다. 우리의 출발은 여름나라만 쫓아다니자였지만 계획은 계획일 뿐, 겨울을 맞이한 나라들도 많이 갔기 때문에 없었으면 큰일 날뻔했다.
돌돌 말 수 있는 전기장판도 우리의 여행을 따뜻하게 만들어줬다. 온돌시스템이 없는 해외에서 침대 위는 너무 차가웠다. 안 그래도 건조한 사막에서 더운 바람이 나오는 히터까지 트니 죽을 맛이었다. 전기장판 추천.
> 샤워필터
유럽여행 오픈채팅방에서 많이 나오는 질문 중에 하나가 샤워필터 챙겨가야 하는 질문이었다. 우리는 유럽뿐만 아니라 우리가 여행한 거의 모든 나라에서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다. 특히 나는 물에 민감한 개복치라서 양치는 생수물로만 했다. 그래도 물갈이는 다 하더라.
> 그밖에
여자들 화장할 때 쓰는 팩트가 정말 구하기 힘들었다. 오죽하면 화장을 안 하는 내가 기억을 하겠는가. 공항 면세점과 시내 백화점, 세포라등 많이 돌아다녔는데도 우리나라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팩트를 구할 수가 없었다. 미리 많이 챙겨가야 할 세계여행 시즌2의 필수품이 되었다.
드라이어도 챙겨가자고 했을 때 정말 많이 반대했지만 둘 다 너무 잘 사용했다. 아주 가끔 전력이 약해서 사용하지 못했던 숙소도 있었는데 거의 모든 나라에서 잘 사용했다. 나중엔 사용할 때마다 약간 짜릿했다. 괜히 우리가 해내었다는 기분? 또 챙겨갈 거다.
면슬리퍼는 닳고 닳아서 새로 교체할 정도로 많이 사용했다. 우리나라처럼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집들이 아닌 곳에서 우리는 신발을 벗고 사용했기 때문에 세탁이 가능한 면슬리퍼가 매우 유용했다.
옷은 최소한으로 챙겨가는 게 좋다. 없으면 무조건 현지에서 사는 걸 추천한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브랜드에서 구매하는 특별함과 함께 기념품도 되니 일석이조다.
이상 “미니멀리즘을 꿈꿨던 멕시멈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