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살찌겠네
우리의 첫 여행지는 베트남이다. 세계여행의 시작이라서 걱정보다는 설렘이 컸었다. 몇 년 전에 다낭을 한번 다녀왔기 때문에 저렴한 물가와 맛있는 음식들에 대한 기대가 컸다. 우리나라도 서울이랑 부산이 다르듯이 가는 도시마다 느낌이 정말 달라서 신기했다.
뜨겁고 시끄러웠던 2023년 6월 중순 한여름의 기록이다.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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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선
세계여행을 경험한 사람에게 가장 묻고 싶었던 것 중에 하나가 동선이었다. 미리 정보를 찾아보려고 해도 찾기 힘들었다. 처음 가는 나라에 어떤 도시가 있는지도 몰라서 막막했던 기억이 난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우당퉁탕 세계여행의 동선을 공유하고자 한다.
우리는 하노이 IN 호찌민 OUT으로 큰 계획을 세웠다. 세로로 길쭉한 베트남을 북에서 남쪽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하노이로 입국해서 며칠 동안 관광 후 사파까지 슬리핑버스를 타고 왕복했다. 인생 첫 슬리핑 버스였는데 지금까지 여행한 나라 중에서 퀄리티가 가장 뛰어났다. 하노이에서 머무는 동안 여행사 투어 상품을 이용해서 하롱베이를 다녀왔다. 이동시간이 길어 하루가 소요되는 투어다.
나트랑까지는 버스로 너무 오래 걸려서 나트랑 공항까지 국내선을 탔고 무이네와 호찌민은 각각 버스로 세 시간 정도 이동했다. 나트랑은 너무 관광지 같아서 오래 머물지 않았는데 여행 후 부모님들 모시고 다시 다녀왔을 때는 너무 관광지 같아서 좋았다. 같이 가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여행을 하는지에 따라서 여행에 대한 기억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베트남 도시를 여행하면서 가장 적응하기 힘든 것은 거리의 소음이었다. 특히 하노이와 호찌민은 인구가 많아서 복잡했고 수많은 차량과 오토바이의 클락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우리의 배와 귀를 배부르게 해 준 베트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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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우리가 갔을 때는 무비자 체류기간이 15일이었는데 2025년 현재는 45일로 늘어났다. 15일을 꽉 채워서 5개 지역을 바쁘게 돌아다녔다. 도시라고 표현하기 애매한 곳들이 많아서 지역이라고 했는데 이동도 어렵지 않았고 한국에서의 접근도 쉬워서 아쉬우면 다시 오자는 마음이었는데 15일로도 알차게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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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6월 중순의 베트남은 더웠다. 북쪽의 하노이랑 남쪽의 호찌민 둘 다 낮에는 못 돌아다닐 정도로 뜨거웠다. 콩카페나 하이랜드에서 시원한 커피 한잔씩 하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걸 추천한다. 고지대인 사파는 선선했다. 판시판까지 올라간다면 긴팔 바람막이는 필수다. 비까지 오고 안개가 자욱했지만 일정상 어쩔 수 없이 기적을 바라며 판시판을 올라갔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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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원래 고수를 못 먹었는데 지금은 쌀국수에 꼭 넣어서 먹을 정도로 새로운 맛에 눈을 떴다. 코코넛을 활용한 코코넛커피나 코코넛카레는 실패한 적이 없다. 쌀국수가 맛이 없기는 힘들었고 분짜와 반쎄오 등 어느 하나 뺄 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고 저렴한 가격까지 생각하면 정말 모두 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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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어플
앞선 글에서 설명한 필수어플들 외에 각 나라에서 필요했던 어플들이 있었다. 베트남은 우리가 경험한 나라 중에 가장 슬리핑 버스가 잘 되어있었다.
예약하려면 vexere라는 어플로 내가 원하는 곳의 목적지와 시간, 버스 회사를 선택할 수 있다. 출발 전에 해당 버스 기사님의 정보가 뜨는데 내가 선택한 곳에 제시간에 도착하는지 불안해서 확인이 필요하다면 현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전화통화를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우리는 숙소 리셉션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버스기사님들이 영어를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괜찮은 방법이었다.
하노이
많이 알려진 관광지는 복잡하고 치사했다. 하노이의 대표 포토스팟인 기찻길에 들어가는 길은 상인들이 막고 있었다. 기찻길 안에 있는 카페에서 뭐라도 사 먹는다고 하면 그제야 상인들이 비밀의 통로로 안내해 준다. 그리고 자기가 운영하는 카페에 데리고 가서 주문을 받는다. 날이 워낙 더워서 어차피 사 먹으려고 했으나 그럼에도 좀 치사했다. 기차 다니는 시간도 정해져 있는데 생각 없이 갔다가 못 보고 왔다. 이쁘긴 하더라.
다닥다닥 붙은 길쭉한 건물들. 예전에는 도로에 면한 건물의 면적에 따라 세금을 매겼다고 한다. 그래서 베트남에는 이런 형태의 건물들이 많다. 1층에는 상점이나 음식점이고 그 위로는 주택으로 사용된다.
뜬금없는 것들이 있었다. 베트남 음식 중 반미는 바게트에 이것저것 넣어서 먹는 샌드위치의 한 종류이다. 왜 바게트가 유명한지 생각해 보면 프랑스와 연관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프랑스풍의 건물들도 그렇다.
세계여행을 하면서 식민지라는 의미가 우리나라에서 생각하는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너희도 아픈 과거가 있었구나. 같이 힘내자”라는 의미로 말했는데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베트남도 그런 나라들 중 하나였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식민지가 그렇듯 이용당하고 뺏겼을 테지만 우리나라의 일본에 대한 인식만큼은 아니었다. 물론 일부 사람들의 반응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친구들과 앉아서 수다를 떨고 음식을 사 와서 먹기도 한다. 그 옆에는 조깅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버스킹 같은 공연을 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호수 주변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들이 우리나라의 한강 같은 분위기였다. 호안끼엠 호수의 노을은 정말 아름다웠다.
https://youtu.be/aMQ4edgj0qI?si=QBdBifG-QQxxn26_
하롱베이
하노이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투어가 있다. 버스를 타고 항구로 가서 크루즈를 타고 하롱베이를 둘러본다. 크루즈 위에서 밥도 먹고 작은 섬에 정박해서 동굴을 구경하기도 한다. 하노이에서 하루정도는 시간을 내서 꼭 가봐야 하는 절경이다.
https://youtu.be/mhU51HycMFE?si=93hJeFVdSNRADU35
사파
베트남 여행 중 가장 기대했던 곳이다. 얼마 전 풍향고에서 갔던 모습을 보니 그리웠다. 하노이에서 슬리핑 기차나 슬리핑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다. 안마기능과 개인 모니터까지 있는 슬리핑버스는 신세계였다.
사파는 소수민족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곳이다. 보편화된 관습이나 문화에 따르지 않고 그들만의 것을 지키고 살아간다는 점이 많은 사람들을 사파로 불러들이는 매력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모든 나라에는 알프스가 존재한다. 우리나라에도 있다. 베트남의 알프스는 바로 사파다. 지대가 높아서 베트남에서 가장 기온이 낮은 곳이다. 산악열차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판시판은 끝내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우리는 날씨가 좋지 않아서 못 봤지만 여러분들은 성공하길.
사파 시내에서 벤을 타고 약 한 시간 정도 이동하면 높은 지형을 활용한 환상적인 뷰를 가진 숙소가 많다. 우리가 갔던 토파스 에코롯지는 와이파이도 없고 티브이도 없는 곳이었다. 여행 중 유일하게 타의에 의해서 핸드폰을 손에서 놓고 살았던 곳이었다.
무엇인가의 결핍이 주는 자유를 느꼈던 곳이다.
사파의 필수 관광지 깟깟마을이다. 전통복장을 입은 소수민족이 고양이 같다고 해서 붙여진 마을 이름이다. 입구에 전통복장 빌려주는 곳이 많으니 도전해 보자.
https://youtu.be/UPmbmS4lpPw?si=EAIGR0JGIn7cXBq9
https://youtu.be/It2LF_NJ--8?si=r1Xcs1huupXl0rV6
나트랑
세계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일주일 만에 부모님들 모시고 다시 다녀왔다. 우리 부부가 생각했던 여행지의 모습이랑은 차이가 있어서 별로라고 생각했던 곳이 부모님들과 함께 갈 곳을 찾아보니 가장 적당한 곳이 되었다. 음식점에는 꼭 한글로 된 간판과 메뉴판이 있었고 여기저기서 한국어가 들린다.
넓은 백사장과 담시장, 롯데마트는 꼭 들러보자.
무이네
나트랑에서 차로 4시간 정도 걸리는 무이네에는 사막이 있다. 동남아에도 사막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처음 갔을 때는 지프 일출투어를 했고 두 번째 갔을 때는 일몰투어를 했었는데 일출이 사진이 더 잘 나오는 것 같아서 추천한다.
https://youtu.be/2ZNAnBXUSJw?si=Lh1dZ7-7dxPMBgfl
호찌민
베트남의 경제 중심지답게 가봤던 베트남 도시들 중 가장 번화했다.
귀청소부터 머리까지 감겨주는 황제마사지도 받아보고 유명한 맛집들을 찾아다녔다. 여행자거리의 루프탑에서 마신 맥주로 베트남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