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 들 때 희미한 불빛이 살아있는 것을 좋아한다. 창문은 반쯤 열어두고, 이불은 끝까지 끌어당겨 감싸며, 피워두었던 향이 서서히 꺼지기를 기다리며 있는다. 막연한 어두움보다 희미하게라도 불빛이 살아있는 것을 좋아한다. 집에서는 그 존재가 스마트폰과 스탠드였다면, 현재는 작은 멀티탭의 전원 스위치에 의존하며, 어떻게든 희미한 불빛을 찾아 막연한 밤을 부정하려 노력한다.
영상을 좋아한다. 순간을 좋아한다. 기록이란 단어를 좋아하며, 기록자라 스스로를 일컫는 것을 좋아한다. 영상에는 힘이 있는데, 그것은 불변이며 소중함이다. "그때만의"라는 수식어. 영상은 그것을 뜻한다. 흐르는 시간을 퍼내어 렌즈에 담는다. 렌즈 속 모든 것은 흐르지 않고 변하지 않는다. 나는 영상을 찍는다. 순간을 찍고, 불변을 담는다.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한다. 나만의 시간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어느 누구에게도 뺏기고 싶지 않다. 간혹 친구들이 부르거나 거절하기 어려운 난처한 약속이 잡히면 불안하다. 내 시간이 뺏긴 것 같아서. 혼자서 가만히 있으면, 가만히 있어서 좋고, 좋기에 행복하다. 아무도 내 방에 들어오지 않아서 좋고, 누구도 나를 몰라서 좋다. 틀어놓은 노래와 피워놓은 향을 보며 내 방 카펫 위에 앉아 좋아하는 일들을 한다.
연기를 좋아한다. 대개 향을 피워놓는 이유도 그러하다. 물론 엄마가 싫어하지만. 정말 가만히 앉아 연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하얀색 실들이 하늘로 자유롭게 날아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늘 다르게, 모양 없이 올라가는 연기와 함께 멍을 때리면 무수한 공백이 연기로 가득 채워지는 기분이다.
글쓰기를 좋아한다. 그냥 생각 정리라고 해야 되나. 머릿속에 떠돌아다니는 잡생각들을 잡아서 글로 묶어놓으면 마음이 한결 편하고, 정리되는 기분이다. 워낙 잡생각이 많은지라, 쉽게 안 잡히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생각날 때쯤 쓰고 싶을 때쯤 키보드에 손을 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