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홀로 낯선 곳에 있을 너.
홀로 먼 곳에 있다면 꼭 달을 봐라.
달은 그 곳에 있는 그 이와 당신을 이어주는 문이다.
달은 당신도, 그 이도 보고있다.
낯선 곳에서의 긴장감이 힘들다면
저녁 즈음, 달이 노란색이 아니라 하얀색으로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노래 하나 틀자.
그게 참 위안과 고즈넉함을 주었던 기억이 있다.
낯선 곳에서의 하나 둘 재미를 느낄 때는
그 기분 좋은 얕은 안도감을 충분히 즐기고 곱씹었다.
안도감 뒤에 밀려오는 왠지 모를 헛헛함에 소중한 사람들에게 잊지않고 연락을 남겼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그들의 목소리에 참으로 반가워 저절로 웃음이 났었다.
낯선 곳이 익숙한 곳이 되었을 때
편해졌지만 이제 다시 짐을 꾸릴 때가 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다시 어디론가 떠날 때가 된 듯 싶다고.
일상에서의 작은 변화들이 싫어질 때는 참으로 이상하게도
아예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영화와 관련된.
참 웃기지.
그때의 우리의 시시콜콜했던 연애사들은 제각기 그 시절 우리에게는
꽤나 큰 주제였으며, 한때 머리를 쥐어싸매며 끙끙앓기도 했던 이야기였고, 그런 나였다.
웃음이 나기도 하면서 동시에 조금 씁쓸한 것이 사실이다.
당시 나에게는 갓 개봉한 흥행영화였는데, 지금 보니 그저 옛날 영화 한 편이 되었던지라.
명작도 있고, 망작도 있었다. 둘 모두 나름의 각본은 있었고, 주인공인 당시의 나의 기분이
영화의 성패를 결정했다.
적어도 우리의 영화에는 결말, 평점, 리뷰에 집중하지 말자.
망작에도 기억에 남는 장면은 있었고, 명작에도 실망스러운 부분은 존재할 수 있으니
우리의 영화들만큼은 장면에 집중하고, 그 장면이 될 수 있는 오늘을 사랑하자.
그렇게 하루를 살아가자.
원래 힘든 순간은 모두 지루해.
지루한 것이 힘든 지 모르겠지만.
영화만 봐도 주인공이 힘든 순간을 이겨내는 순간은 빠른 장면으로 넘어가거나
장면 하나 하나로 넘어가는 경우가 흔히들 있지.
시험에서 합격하는 장면도,
그 시간을 보내는 장면은 머리끈 묶고 공부하는 장면 몇 컷이고.
하물며 주인공이 입대를 하면,
10초만에 전역 후 사회에서의 주인공을 비추는 것.
(어찌나 억울하던지)
힘든 순간을 조명해서 2시간동안 공부하는 장면만 나오거나
문동은이 복수를 준비하는 장면만 나오거나,
주인공이 군대에서 보내는 반복적인 일상만을 보여준다면
아마 모두 지루해서 보다 말겠지.
그러니깐 원래 그런거야.
우리 모두는 지루한 것을 힘들어하고
힘든 것들은 대체로 지루하기 짝이 없지.
근데 있잖아.
영화처럼 언젠가 우리도 환한 성공의 시간이 기필코 찾아오고, 오랫동안 방영될거야.
라고 말하면 흔하디 흔한 공감,위로 에세이 이야기고
그건 진짜 별로야.
힘들고 지루한 시간은 왜 이리도 길고,
행복한 성공의 순간은 왜 이리도 짧고 뭐가 없는건지
현실은 이렇기에
다들 영화에 심취하는거겠지.
현실과 다르니깐 그런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