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보고 나오는 길에 교문 밖에 서있는 부모님들을 보았다. 언제 아들이 나오나 두리번 거리는 누군가의 아버지와 떨리는 마음으로 두 손 모아 기도 드리는 누군가의 어머니, 마중 나온 어머니에게 다가가 안아드리는 수험생까지 종일 긴장되었던 하루와 그간 고되었던 시간들을 격려하며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이 보였다.
결과가 어떻든, 잘 보았든, 못 보았든 그 날 많은 부모와 자녀가 나눈 서로에 대한 격려는 그간 학창시절 간의 수고와 10대의 종지부를 찍는 위로로 남는다.
성적과는 별개로, 처음으로 생각해보는 진지한 미래에 대한 고민과 꿈을 찾는 과정과 목표를 향한 과정들이 앞으로 얼마나 험난한 길의 시작인지를 알고 있기에 서로가 서로를 더 따스히 껴안아준다.
수능 기간에 수험생들을 보면, 애처로움인지 대견스러움인지 모르겠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들곤 한다.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그러한 감정이 드는 까닭은 아마 그 시절 나도 처음으로 겪어보는 진로에 대한 고민과 십대 시절의 최종 성적표와 같은 대학 입시에 큰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껴봤기에, 그들이 겪는 심정에 대해 적지않게 공감을 하는 듯 했다.
여전히 나 또한 나이가 어린 학생이지만, 입시가 끝난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요즘은 어른들이 흔하게 이야기하던 “대학이 다가 아니다”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천천히 곱씹고 있는 과정을 겪고 있다. 실제로 입시가 끝나고 보니, 세상은 매우 넓었고 넓은 세상 속에서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제각기 다른 길을 걸어온 다양한 사람들의 삶 속에는 대학은 그들의 인생의 전부가 아닌, 인생의 수많은 과정 속에서 그저 지나쳐오는 지극히 평범한 단계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 시절 나는 거대한 입시 장벽 앞에서 두려움에 떨며 장벽의 크기에 압도당했던 것 같다. 허나 돌이켜 생각건대 진짜 중요한 것은 장벽 너머였던 것 같다. 내가 본 장벽은 나를 움켜쥐는 장벽이 아닌 학생 신분에서 무궁한 기회를 펼칠 수 있는 어른으로 이어주는 문이었으며, 실제로 문을 나온 순간 정말 넓은 세상이 존재했다.
"수능과 입시라는 단계가 의미가 없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별 중요한 것이 아니니 그냥 아무렇게나 넘겨도 된다라고 말하는 것은 더 더욱 아니다. 성공적으로 입시를 마무리한 사람은 그 나름대로 자신이 쌓은 노력의 값어치를 느꼈을 것이며 입시에 아쉬움을 느낀 사람은 쓰디 쓴 패배감과 절망감을 처음으로 느껴봤을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 모두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그들이 겪는 과정은 시작의 관문이기에 지금 겪고있는 제각기 다른 감정들은 그 나름대로의 의미를 갖고 넓은 세상에 나가게 될 것이다. 넓은 세상 속 그 각기 다른 의미는 소중한 자양분이자 원석이 될 것이다.
제 각각의 색깔의 원석들을 갖고, 시작의 관문 앞에 다다랐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 그 시절 나와 같은 생각을 지닌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그냥 그런 애처로움인지 대견함인지 모르겠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든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