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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by 공개된 일기장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잠만 자고 다시 나가는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당신은 진정으로 행복한가 묻고 싶다. 매일 아침 모두가 일어나지 않은 새벽에 홀로 문을 열고 나가는 당신은 그 얼마나 쓸쓸한가. 당신이 점점 웃음을 잃어가는 이유 또한 아마 이제 당신도 지쳤다는 의미겠지.

얼마 전, 돌아가신 할머니의 납골당을 찾아뵙던 날이 생각난다. 자리를 정리하고 나오는 길에, 포스트 잇에 편지를 쓰는 당신을 보았다. 늘 덤덤하게 지켜보다 나오던 당신이었기에 그 글귀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당신의 글귀 속 첫문장의 시작은 '엄마'였다. 아, 당신도 그 단어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그 힘 되는 단어를 잃어버린 당신은 어떤 기분일까. 대상잃은 단어를 글로나마 적고자 했던 당신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위로도, 어떠한 말도 건낼 수 없는 순간이었다. 나는 당신을 잃어야만 그 마음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괴로워 금새 떠오른 생각을 잊으려했다.

그저 당신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고, 마음이 먹먹해진 순간이었다. 내가 당신을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은 적잖이 화제를 돌려 말 한마디 더 건내는 것 뿐. 그 후에는 그저 바라보았다.

이럴땐 어릴 적 내가 무척 부럽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되어 귀엽게 당신을 부르며 달려가 안기고 싶다. 이젠 너무 많이 자라 당신보다 커버린 내 자신이 징그럽고 싫어진다. 모양에 맞게, 형태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일련의 암묵적인 관례처럼 그저 여느 다를 것 없는 아들처럼 무뚝뚝하게 당신보다 앞서 나온다.

당신 대신 운전대를 잡은 아들, 운전석이 아닌 뒷자리에 앉은 당신이 아직은 낯설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너무 많이 커버렸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당신은 너무 작아져버렸다. 아 많이 바뀌었구나. 내가 알던 명절도, 당신도, 나도 이제는 어디에도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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