所望
조그만한 불빛들의 모임 앞에 너를 세운다. 어색한 웃음에 수줍어하는 너의 모습에 괜시리 웃음이 난다. 내 인생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고른다면, 지금 이 순간을 그 단어의 배경사진으로 걸겠다. 바보처럼 멈칫거린 나를 너는 무엇하냐며 궁금해했다.
아, 이 말은 부끄러우니 다음에 편지에 담아 너에게 주어야겠다. 속으로 되뇌이며, 애꿎은 카메라 탓을 하며 말을 돌렸다.
나는 영원을 믿지 않았다. 사실 아직도 믿지 못한다. 영원한 사랑, 제일 모순적인 말. 그렇게 생각해왔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 내 생각에 너는 조금씩 균열을 낸다. 너라면, 영원하고 싶다. 소망에는 두가지의 뜻이 있다. 하나는 간절한 염원(所望)이고, 알려지지 않은 다른 하나의 뜻은 사라짐(銷忘)이다. 녹일 소(銷) 에 잊을 망(忘), 소망(銷忘). "녹아 잊는다". 몸이 녹아 너를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 그 소실의 순간까지 너와의 영원함을 소망(所望)하고 싶다. 내가 너에게 쓸 편지의 마지막 문장. 카메라 렌즈에 담긴 이쁜 너를 보며 떠오른 혼자만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