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아들이지 못해 죄송합니다.
내가 이 세상에 나온 순간, 가장 행복했다는 당신에게 하는 말입니다.
꼬물거리던 아이를, 다 큰 어른이 될때까지 23년 간 한 몸 받쳐 키워온 당신의 희생을 어른이 된 지금도 갚지 못해 죄송합니다.
몸만 커져버려, 작디 작은 당신에게 잔소리 했다고 화를 내버려 정말 죄송합니다.
화를 내며 방문 닫고 들어올때마다 제 자신이 참으로 한심하고 싫습니다.
또 혹여나 당신이 나를 낳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지 겁이 납니다.
그러다, 그냥 나를 낳지 않았다면 당신은 지금쯤 조금 더 여유롭고, 조금 덜 일하고, 조금 더 행복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살갑지 못해 죄송합니다. 살가운 딸처럼 저녁 시간 짧디 짧은 수다를 떨지 않고, 방문 닫고 들어가는 못난 성격에 당신은 얼마나 외롭고 상처받았을지 가늠이 안되지만, 쉽사리 바뀌지 않는 제 자신에 오늘도 나는 내 자신이 싫어 나를 죽이고, 또 죽입니다.
어려서 다재다능하다며 나를 칭찬해준 당신인데, 이제는 다재다능한 것이 아닌. 모든 것에 애매해져버린, 어정쩡한 내가 되어버린 것에 죄송합니다. 반성문에는 육하원칙에 맞게 서술해야하지만, 당신에게 쓰는 반성문에는 그저 죄송하다는 말밖에 쓸 수 없습니다.
어쩌면 나는 당신의 뱃 속에 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당신의 마음에 발길질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언제쯤 당신의 자랑거리가 될까요.
언제쯤 모임에서 남의 자식 잘 된 이야기만 듣는 당신을, 내 이야기로 실컷 떠들게 할 수 있을까요.
언제쯤 나는 이 발길질을 멈출 수 있을까요.
당신에게 가족은 우리뿐인데, 나는 당신의 마음을 다 알면서, 늘 당신의 마음을 모른 척 합니다.
무엇이 더 중요하고, 무엇이 더 소중한지 알면서..
당신이 나에게 제일 중요하고, 당신에게 나에게 가장 소중한데, 그 잊지 말아야 할 마음을 너무도 자주 까먹곤 합니다. 외로움이 얼마나 독한 것인지 잘 아는 내가 되려 당신에게 그 독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늘 혼자 나의 행동을 스스로 합리화 합니다. “나는 원래 이런 놈이니깐” , “난 이런 아들이니깐”
온 몸이 가시로 덮힌 고슴도치같은 나인데, 당신은 나를 더 세게 끌어안습니다. 다치는 건 늘 당신인데, 당신은 엄마니깐, 가족이니깐 괜찮다며 상처만 주는 나에게 또 밥을 차려줍니다.
당신의 화장대에는 화장품보다 약통이 더 많습니다.
나는 나날이 약해져가는 당신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나는 당신의 희생의 대가를 올바르게 치르고 있지 않습니다.
당신은 정말 후회하지 않나요. 과거를 다시 그리고 있지 않나요.
왜 후회하지 않나요. 이런 아들이라서 죄송합니다. 이런 놈이라서 정말 죄송합니다. 당신에게 진 빚, 평생 노력해도 다 갚지 못하겠지만 노력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