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에는 벌써 눈이 내립니다

15. 지금도 짝사랑 진행 중

by 하희

또다시 나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찾아왔다.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이제는 전혀 없을 거로 생각해서 체념하듯 끈을 놓아버리며 지냈는데 다시 마음의 두근거림이 시작되었다.

중고등학교 학생이 학교에 실습으로 온 교생선생님을 좋아하는 것처럼 자주 마주치고 싶고,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고, 그 사람을 떠올리면 싱글벙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나마 괜찮다고 생각되는 것은

아직 그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왜 모르냐고? 나만 좋아하고 있는 짝사랑이기 때문에.

전화 통화는 하지 않고 우선 카톡으로만 대화는 하지만 어쩌다 한 번쯤이다. 너무 자주 하면 부담스러워할까?

내가 먼저 연락하면 들이댄다고 생각할까?

어색함을 피하려고 말을 많이 하게 되면 주책이라고 생각할까?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을 핑계로,

그 사람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본다는 핑계로,

직장에 출근하다가 그 사람과 비슷한 사람을 봤는데 신기했다는 핑계로,

이런저런 이유로 전화를 둘째고, 카톡으로 내용을 보낸다.

어쩌다가 ‘카톡’ 소리가 나서 혹시나 기대하고 확인을 하면 반갑지 않은 광고 알림 소리,

또다시 ‘카톡’ 소리가 나서 혹시나 기대하고 확인을 하면 뜻하지 않은 택배 배송 알림 소리.

행여나 지금 너무나 일에 바빠서 확인하지 못했을까?

아니면 휴대폰 두고 잠시 어디 외출했을까?

그것도 아니면 내용은 확인했지만 답장하지 못할 만큼의 다른 공간에 있는 것일까?

나 혼자 이런저런 별의별 생각을 다 하고 소설을 쓰고 있다.

그동안 짝사랑이란 것만 해봐서

상대방에게 더 이상 반응이 없으면 무덤덤하게 그러려니 지나갈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가보다.

역시나 나에게는 어떠한 사랑이든 사랑 자체가 어려운 사람인 걸까? 이러면서도 상대방은 모르게 나 혼자만 아파하면 되니까

그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는 나는 지금도 행복해서 짝사랑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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