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8월의 어느 날이었다. 가족끼리 서울에 가서 세종대로를 걸었다. 대기는 밝았고 하늘은 높았다. 강한 태양빛에 초록 풀들과 은회색 보도블럭, 아스팔트 도로들이 빛났다. 태양은 뜨거웠지만 맑은 바람이 불어올때면 선선한 공기를 들이쉴 수 있었다. 적당히 구름이 낀, 높고 조금 연한 푸른 하늘은 땅과 마찬가지로 밝았다. 넓은 산책길을 따라 걸으며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은 산들을 바라보았다. 산책길 끝 넓은 광장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광장 부근에는 옛 기와집들이 모여있는 골목이 있고, 광장을 벗어나면 빌딩들이 배열되어 있는 도로로 나가게 된다.
오후 12시 54분. 이제는 단조롭게 느껴지는 매미 소리가 울린다. 아침에는 매미 소리가 밥을 짓는 소리처럼 들려서 놀란 적이 두어 번쯤 있었다. 9일 후 처서가 오면 더위가 서서히 사그라들기 시작할 것이다. 낮에 거실 소파에 앉아 있으면 선풍기 소리와 에어컨 소리를 제외하고는 적막하거나 고요하다. 이런 두 가지 느낌 외에 조용함을 설명하는 다른 단어가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매미 소리가 잠깐 멈췄다. 그렇다고 생각한 순간 다시 매미 소리가 들려온다. 매미도 가끔씩 쉴 때가 있는 듯하다. 여름에는 대기가 밝고 그림자가 선명해진다. 태양이 베란다를 비추면 식물들이 고유한 빛과 잎의 질감을 다시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