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철학사-고대 그리스 철학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데아론 비판과 사원인론

by 송한결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데아론 비판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이데아 개념을 비판했습니다. 플라톤이 이데아와 질료의 관계, 영혼과 신체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신화적 우주론에 의지했기 때문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목적론적 세계관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데아 대신 ‘형상’이라는 개념을 설정하고, 질료 안에 형상이 내재해 있다고 보았습니다. 형상은 질료와 분리되어 따로 존재하지 않고 항상 질료와 섞여 있습니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신은 순수 형상이고 더 높은 목적을 가지지 않습니다. 질료와 형상은, 실제 현상에서는 분리 불가능하지만 사고에서는 분리 가능합니다. 질료는 역동적인 존재이고, 형상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에 따라 운동합니다. 사원인론(四原因論)은 이러한 목적론적 세계관을 뒷받침하기 위한 이론입니다.

사원인론(四原因論)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떤 사건의 원인에는 목적인, 작용인, 질료인, 형상인의 네 가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는 플라톤의 우주론에서 이데아, 데미우르고스, 질료, 세계에 대응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운동에는 목적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목적인을 설정합니다. 질료가 형상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에 따라 운동한다는 것입니다.

조각가를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조각가는 조각을 실현하기 전, 자신의 머릿속에 완성된 이미지를 정하고 그 이미지에 맞추어 조각을 합니다. 조각가의 이미지는 목적으로써 조각의 목적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작용인은 조각가의 작업이고, 질료인은 조각의 원재료, 형상인은 완성된 조각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작품이 아닌 단순한 사물의 경우에는 목적인과 형상인과 작용인이 같습니다. 즉 형상이 질료에 작용하고, 질료는 형상을 실현하기 위해 운동합니다(형상이 목적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는 질료인과 목적인의 두 가지 관계만 관찰 가능합니다. 만약 목적의 개념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인과 관계와 일치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사원인론은 결과가 원인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자연과학적 사고방식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실제 사고방식을 어느 정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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