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속의 ‘멋진 신세계’
윌리엄의 방식으로 설국열차 안의 질서는 18년이나 유지되어 왔다. 아이들은 윌리엄과 열차를 숭배하도록 세뇌된다. 커티스는 반란을 일으키며 결국 윌리엄을 만나게 되었다. 그렇지만 아마 커티스는 열차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꾸겠다는 계획은 없었을 것이다. 애초에 앞 칸에 간 것이 처음이었으니까.
그러나 바닥 밑에서 엔진을 돌리는 아이를 찾아내고 그 아이는 윌리엄이 만든 열차 구조의, 아마도 유일한 허점이었다. 부품 전부를 기계로 교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어차피 설국열차는 망가졌을 테지만 그 이전에, 커티스가 그 아이를 구하려고 했던 것은 그 열차 안에서 그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선택이자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남궁민수는 열차 밖에서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었다.
영화가 끝날 때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나 또한 커티스의 입장에서 열차 머리에 도달하는 것만을 생각하고 있었고, 남궁민수가 열차 밖으로 나가는 문을 열자고 커티스에게 말할 때에도 말도 안 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음이 녹아 눈사태가 나고 열차가 무너져서 두 사람만이 탈출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윌리엄이 만들어낸 설국열차라는 세계가 얼마나 불안정한 것이었는지를 보여주는 결말이다. 과연 두 사람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