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신호
이사 이후, 큰 아이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습니다.
고기를 구워 먹으면 배가 아프고, 설사가 이어졌습니다.
약을 먹으면 잠시 괜찮다가도
다시 증상이 반복되었습니다.
이틀 연속,
몸에 힘이 없다며 몸살 기운까지 호소하는 모습을 보니
제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습니다.
‘배앓이일까?’
‘혹시 물 때문일까?’
‘적응하느라 힘든 걸까?’
온갖 걱정이 꼬리를 물며 제 머릿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학교 적응의 벽
이번에는 작은 아이의 차례였습니다.
학교생활이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무서운 담임 선생님과의 생활이 힘들었던지,
조금씩 등교를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사 오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 선생님 너무 착해, 진짜 좋아!”라고 말하며
학교 가기를 즐거워했던 아이였습니다.
그런 아이가 이곳에서는 매일 아침 울상을 지으니
마음이 더 무겁게 내려앉았습니다.
‘잘 다니던 학교를 두고
괜히 이 먼 곳에 데려온 건 아닐까...
결국 아이를 힘들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며 밤잠까지 설치게 했습니다.
아이들과 잘해보자고 시작한 농어촌 유학이었는데,
이렇게 벽에 부딪히니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마음이 부딪히는 순간
어느 날부터인가, 큰 아이의 입에서는
하루 종일 “싫다, 싫다”라는 말만 흘러나왔습니다.
새로운 학교로의 전학과 이사에 대한 불만,
불편함과 벌레에 대한 거부감까지 겹쳐
모든 상황에서 다 “싫다”고만 말했습니다.
“어딜 가도 싫어.”
“뭘 해도 싫어.”
“그냥 집에만 있고 싶어.”
아이는 분명,
불안하고 힘든 마음을 표현하려 한 것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제게는 온통 부정적인 말로만 다가왔습니다.
참으려 했지만 결국,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아이의 속마음을 보지 못하고
겉으로 흘러나온 “싫다”라는 말에만
매달렸던 것 같습니다.
잔소리의 후회
한 번 터진 말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한두 마디가 아니라 끝도 없이 이어진 긴 잔소리였습니다.
하지만 온갖 잔소리를 쏟아내고나니
속이 후련하기는커녕
오히려 미안함과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조금 더 기다려줄걸...’
‘아이 마음을 더 들어줄걸...’
그런 생각이 한참 동안 따라다니며
가슴을 무겁게 눌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