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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라 Jan 09. 2021

이성 자녀와의 목욕 언제까지 하면 되나요?


 부모(양육자) 대상 성교육에서 빼놓지 않고 나오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이성 자녀와의 목욕 시기입니다. 아빠와 딸이 언제까지 함께 목욕을 해도 되는지 혹은 언제부턴 아들과 엄마의 목욕을 중단해야 하는지를 궁금해하시는 것이지요.      

이럴 때면 저는 이렇게 대답해드립니다.     


“둘 중 하나가 불편해지기 시작하면, 그때가 바로 그때입니다”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각 가정마다 가정의 분위기나 문화가 다르고, 같은 나이라 할지라도 아이마다 기질이나 발달 속도가 동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엄마가 업무로 인해 너무 바빠서 아이와 많은 시간을 공유하기 어려운 가정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한 엄마는 자신이 목욕을 할 때만큼이라도 아이와 함께 하며 맨몸을 비비며 교류합니다. 아이는 따뜻한 엄마의 품과 시원한 물줄기를 맞으며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고 안정감을 느낍니다. 아이에게 목욕은 단순히 위생을 위한 활동 그 이상의 의미가 되겠지요.


 그런데 어느 날 엄마가 갑자기 ‘너 이제 6살이니까, 오늘부터는 엄마랑 목욕을 할 수가 없어. 스스로 하도록 하자꾸나’라고 통보한다면, 그 말투가 아무리 부드러울지라도 아이에게는 날카롭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마치 그 말이 칼날이 되어 엄마와의 관계가 끊어지는듯한 불안을 느낄 수도 있겠지요.      


 이런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딸아이 역시 아빠와의 목욕시간을 너무 즐거워합니다. 재밌는 놀이시간인 것이지요. 그런데 아이가 성장해갈수록 아빠는 고민이 되기 시작합니다. 6살 7살이 넘어가자 아이의 성기를 직접 씻기는 것이 뭔가 불편해진 겁니다. 안 씻기자니 위생상 문제가 생길 것 같고 씻기자니 말할 수 없는 어떤 불편함이 있고, 이걸 또 말하자니 ‘아빠가 아이에게 이상함을 느낀다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냐?’라는 비난을 받을 것만 같고. 진퇴양난입니다.     


이처럼 부모와 아이 사이에서 부모(양육자)의 입장에서만 관계를 만들어나가다 보면 아이에게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태도를 보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만 생각하느라 오히려 부모의 입장이 묵살되기도 합니다. 위의 예시처럼 자녀가 성적인 존재인 것처럼 아빠 역시 성적인 존재인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불편함을 ‘부모’라는 이유로 스스로 묵살해버리는 것처럼요.


‘아, 언제까지 목욕을 해도 괜찮은 거지?’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면, 그때가 바로 우리 집 목욕 문화를 바꾸어나갈 시점이라고 생각하시좋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설명을 드려도, 그래도 어떤 나이의 한계를 설정해달라고 요청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럼 하는 수 없이 이렇게 말씀드려요. ‘정 그러시면

만 5세무렵’이요.... 하고요.

(현재 공중위생법 상으로는 5세 이하)


최근 한 프로그램에서 오은영 박사님께서도      


만 5세부터는 부모라도 이성 자녀의 속옷 속 신체 부위는 직접 만지면 안 된다.
이성 간의 경계를 지키는 상징적인 의미다.

라고 말씀하시기도 했지요.      




자 그러면 ‘왜 하필 만 5세 무렵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실 거예요.       


만 5세는 학령전기의 나이로 학교에 가기 직전의 나이입니다.

따라서 원에서도 사회의 문화나 관습에 대해서 익히는 활동들을 하게 됩니다. 단보도로 건너기, 초록불에 건너기, 놀이(운동)의 규칙이 보다 정교화되는 식으로 지켜야 할 것 즉 경계에 대해 배우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러한 경계는 국경선이나 도로, 놀이뿐만이 아니라

나와 타인의 사이에도 존재하는 것이기에 자신의 경계 거리를 확보하고 지켜나가는 교육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심리학자 융의 심리사회적 발달단계에 따르면 이 시기의 유아는 신체적 정서적으로 급성장을 하며 스스로 주도성을 획득하고자 합니다. 이에 아이가 스스로 무언가를 하려 할 때 부모(양육자)나 교사가 이를 지지하고 칭찬해준다면 아이의 성장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부모(양육자)가 씻겨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씻어보기를 시작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기이기도 합니다.      



렇다면, 목욕 분리는 어떻게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아이가 스스로 하고 싶다고 먼저 요구한 경우에는 목욕의 과정 중에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혼자 하고 싶은지 물어본 후 아이의 의사에 따라주세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말이죠.

단, 안전을 위해 물의 온도를 설정해놓는다던가 바닥의 물기를 제거하는 과정엔 참여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반면 부모님이 먼저 분리를 필요로 하는 경우 오늘부터는 혼자 목욕하라는 부모의 요청이 아이 입장에서는 매우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이럴 때에는 목욕의 과정 중에 아주 작은 부분부터 하나씩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함께 의논 후 설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늘이 혼자서 비누로 손 깨끗이 씻을 수 있어? 아빠랑 같이 손 씻기 놀이해볼까?”

하고 스스로 비누칠을 하고 헹구기까지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이후 세수하기, 몸 씻기, 머리 감기 등으로 확장해나가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앞서 오은영 박사님께서는 목욕 분리가 이성 간의 경계를 지키는 상징적인 의미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사실 동성이라고 해서 경계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경계는 개인적인 것이지 성별의 문제는 아니니까요.

동성의 자녀라 할지라도 두 사람 중 한 명이 불편해지기 시작하면, 혹은 만 5세 무렵이 되었을 때는 아이가 스스로 씻을 수 있도록 격려하는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목욕시간이 우리 아이에게 목욕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경우에는 목욕 활동에서 가졌던 친밀감, 따스함,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다른 대체 활동을 준비하신 후 목욕 분리를 시도하시기를 권유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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