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제가 생리하는 모습을 보고 "엄마 왜 피가 나?" 하고 물어보았어요. 원래 여자는 이렇게 피가 나는 생리라는 것을 한다고 대답을 해주긴 했지만, 잘 대답해준 것인지 궁금하네요.
아이가 생리에 대해 관심을 보였고 그에 대해 답을 해주셨지만아이가 잘 이해했나?
내가 잘 이야기 해주었나?_ 하는 고민이 있으셨나 봐요.
저는 우선 충분히 하셨다고,
충분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성이라는 게 몸, 제도, 문화, 법, 가치관 등에 두루두루 걸쳐있는 큰 이야기라사실 강사인 저 역시도 의사도, 법관도, 철학자도 아니기에 다 알지는 못하거든요.
평소 별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아이가 불쑥 물어오면 당황스러워서 우물쭈물하다 넘기기 마련인데 그래도 아이의 말을 그저 넘기지 않고 답을 해주셨네요.
아이가 성에 대해서 물어올 때,
왜 그런 걸 물어보냐고 다그치거나넘겨버리듯 회피하지 않고아이의 질문에 엄마가 응답하고, 반응을 보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아이는 오늘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서
‘아, 내가 이런 질문을 해도 되는 거구나, 엄마가 혼내지 않는구나, 다음에 또 물어봐야지’ 하고
호기심을 갖고 질문을 하는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성을 가지게 되고,
한편으로는 엄마는 대화가 가능한 사람이구나_ 하는신뢰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미 충분하다고 말씀드려도 되겠지요?
여기서 우리가 조금 더 욕심을 내보자면
'유아'가 생리에 대해 질문을 한 이유는 다양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단순히 엄마에게 관심을 표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내가 엄마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고, 엄마의 변화도 감지할 수 있어요. 엄마도 나를 그렇게 보고 있나요?'하는 표현인 거죠.
그럴 때는 “우리 OO이가 엄마를 아주 잘 지켜보고 있었네,
엄마가 OO이의 관심을 받고 있다니 엄마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 하고 대화를 시작하면 좋습니다.
둘째는, 말 그대로 생리현상 자체에 대한 호기심일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아이의 수준에 맞게 정보를 전달해주시면 됩니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현상을 우리는 아이에게 어떻게설명하시나요?
과학적 사실에 입각하기보다는 ‘비가 내려야 우리도 동물 친구들도, 나무와 꽃들도 물을 마실 수 있거든 그래서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거야’ 하고 답하게 되지 않나요?
마찬가지로 과학적 사실에 입각해서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응 이건 말이야, 엄마의 몸에 대한 신호야’로 대화를 시작하면 좋습니다.
그러면 분명 아이가 다음 질문을 던질 거예요. 그럼 아이의 질문에 맞추어 하나씩 하나씩 답을 해주시면 됩니다.
예문)
응 이건 엄마가 아기를 가질 수 있다는 신호고,
엄마 몸이 괜찮은지, 나쁜 일은 없는지도 알려주는 신호야.
-> 피가 나는데, 이게 신호야?
응, 몸이 하고싶은 말을 이렇게 표현하는거야
-> 무슨 말이 하고싶은건데?
아기가 생길 수 있는 몸이에요 라던가
지금 몸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요 라던가
OO 이보다 나이가 더 많아지면, 그때부턴 아기를 가질 수 있거든
-> 내가 몇 살이 되면?
음 12살? 13살 즈음?
-> 그럼 나도 그 나이가 되면 피가 나?
(아들인 경우) 아~니~, 이 피는 여자 한테서만 나
-> 나도 아기 가지고 싶은데!
아기가 사는 아기집은 여자의 뱃속에 있거든, 배꼽 밑에 손 해볼래? 응, 여기 여기 아기집이 있어. 아기가 폭신폭신하게 잘 살라고 요기에 집을 지어놓거든,그런데 아기가 아직 없으면 이 집을 몸 밖으로 내보내. 그리고 다시 아기집을 만들지.그래서 우리 OO이 눈에는 피가 나는 것처럼 보이는 거야. 이 일은 계속 계속 일어나.
-> 그렇구나, 그럼 나는 아기를 못 낳아?
우리 OO이도 아기를 만들 수 있어. 우리 OO이가 12, 13 살 즈음이 되면 우리 OO이 고환 속에서 아기를 만들 수 있는 아기 씨앗들이 만들어지거든. 그 아기 씨앗이랑 여자의 몸속에 있는 아기 씨앗이 합체하면 아기가 돼
-> 고환? 고환이 뭐야 엄마?
셋째는, 아이가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피’는 무서운 존재일 수 있어요.
그런데 그런 피가 엄마 몸에서 나오니 엄마가 아프지는 않을까, 엄마에게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두려울 수 있습니다. 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엄마의 존재가 위협당한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도 위협당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아프지 않고, 이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엄마는 너의 곁을 떠나지 않고 너와 나는 안전하다는 것을 이야기해주세요.따스하고 안정적인 눈빛과 함께요.
‘엄마 몸에서 피가 나와서 걱정했구나,
괜찮아. 원래 엄마처럼 커다란 여자의 몸에서는 가끔씩 이렇게 피가 나온단다. 이럴 땐 배나 허리가 아프긴 하지만 아무런 문제없어. 엄마가 우리 OO이 안아볼까? 이것 봐(아이를 번쩍 안아 들며) 엄마 힘세지?” _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