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라 Feb 02. 2021

짬지VS음순, 고추VS음경

우리가 성기를 부를 때

작가님 브런치에 여자 생식기를 '짬지'라고 표현한 것 같은데 저는 어디서 읽기를 정확한 명칭을 알려줘야 한다 해서  그 부위는 '음순' ‘음경’이라고 아이들에게 말해준 것 같아요.

정확한 명칭으로 알려주지 않아서 아이가 피해사실을 알려도 부모님이 인지하지 못한 사례를 전해 들었거든요.

짬지와 음순, 고추와 음경,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지금, 우리는 성기를 어떻게 부르고 있나요?     


성기를 지칭하는 것이 쑥스럽거나 부끄러워 ‘거기’, ‘거시기’로 우회적으로 표현하시나요?

소중하고 아름다운 곳이란 의미로

‘소중이’, ‘보물’이라고 표현 하시진 않나요?

혹은 어떤 의미나 의도보다 정확하게 ‘음순’, ‘음경’으로 부르는 것이 우선이라고 여기고 계시나요?     



우리가 성기를 지칭할 때 단순히 부끄럽거나 민망해서 우회적으로 표현해왔다면, 먼저 그런 내 마음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내 마음을 토닥토닥 위로하고 안심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습니다.


나의 성에 대한 감각, 인지, 정서가 아이에게 전달되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일상에서 일생토록 마주하는 성적인 상황과 선택과 결정의 길목마다 내가 부끄럽고 불편하고 마주하기 힘들었다면 그동안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요, 얼마나 애써야 했을까요. 괜찮다고, 애써왔다고 나 스스로를 다독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성을 다른 방식으로 마주할 수 있는 힘을 길러가면 좋겠습니다.  

    

저는 사실 성기를 ‘소중이, 보물’이라고 부르는 것 역시

그 맥락이 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겨집니다.

비록 보물처럼 소중하다는 긍정적 의미라 하더라도 바로 부르지 않고 우회한다는 점에서는 같기 때문이지요.

성교육강사이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약간 모순처럼 느껴지기도 하나, 저는 성기가 왜 다른 신체 부분보다 더 특별한 존재로 더 특별하게 불리어져야 하는지 의문을 가질 때도 종종 있습니다.         


그러면 결국 성기는 ‘음경, 음순’이라고 지칭해야 한다

_로 귀결되나요?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짬지, 고추’라는 단어가 유아에게 발음하기 쉽고

사회적으로도 더 흔하게 사용된다는 이유로

(유아교육 시) 여전히 짬지, 고추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6세까지는 짬지, 고추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7-8세는 짬지, 고추, 음순, 음경을 혼용,

그 이후에는 음경과 음순으로 지칭하고 있습니다.      


간혹 성기를 정확하지 않은 용어로 사용했을 때

성폭력 피해를 알려도 쉽게 인지가 되지 않아 피해가 지속되거나 피해 후 조사 시, 진술에 있어 어려움이 있을까 봐 우려를 하기도 합니다.      


이는 굉장히 중요한 부부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기를 ‘쿠키’, ‘말랑이’, ‘뿌뿌’ 등의 모호하거나

이미 다른 의미로 통용되는 단어를 사용할 경우

피해를 알렸을 때 쉽게 인지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아빠, 옆집 할머니가 내 쿠키를 먹었어”라고 할 때나

“엄마, 삼촌이 내 말랑이를 만졌어”라고 할 때처럼 말이죠.     


그러나 짬지, 고추는 이미 한국 사회통념상 대부분

성기로 인식하기에 유아의 경우 단어 사용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인지 지연이나 진술 시 어려움은 

크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덧붙여 아이에게 성적 폭력 피해가 ‘의심’된다면,

양육자가 여러 번 물어 자체적으로 ‘확실시’ 하려 하기보다,

‘의심’되는 그 순간 바로 ‘해바라기센터 혹은 1366’을 통해 상담을 받으시길 권해드립니다.     


여러 번 보호자가 묻고 아이가 답하는 과정에서 아이의 진술이 이미 ‘오염’되거나

오염되었다고 ‘판단’되어 법적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김춘수, 〈꽃〉    


       

무엇으로 부르고, 무엇으로 불리어지는가는

그 중요성만큼이나 어려운 문제라고 여겨집니다.           


짬지와 음순, 음경과 고추

어떻게 부르는 게 좋을지 이제 결정하셨나요?                



                   

작가의 이전글 엄마, 왜 엄마 짬지에서 피가 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