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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라 Mar 09. 2021

핑크 드레스에 푹 빠진 아이, 성평등 교육 어떻게?

얼마 전 '미디어와 젠더' 강의 중 아래와 같은 질문을 받았다.


"우리 딸아이는 핑크색과 드레스를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그런데 어린이집에 핑크색 옷이나 드레스를 입고 가면

 친구들이 네가 공주냐고 놀려대서

 이젠 그러한 옷을 입지 않겠다고 합니다

 이 참에 지금이 성평등 교육의 적기라고 여기면 될까요?"



부모 대상 젠더 강의 현장에선,

여자 아이에게 파란색 옷을 입혀야 하는지

남자아이에게도 인형놀이가 필요한지

젠더 교육이 자칫 우리 아이를 성소수자로 만드는 건 아닌지 등의 여러 가지 고민들을 마주하곤 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면, 핑크색 드레스를 실컷 입히십시오"가

답이다.


저는 성평등 교육의 핵심은 개개인의 행복과 그 권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여자는 핑크지~'라고 못 박는 것만큼이나

'아직도 핑크를 좋아하다니, 너 공주병이냐'는 시선

또한 커다란 차별이기 때문이다.

 

여자도 파란색 옷을 입고

남자도 바비인형을 가지고 놀고

또 다른 형태의 성 정체성을 주입시키는 것이

성평등 교육이 아니라

'그저, 나답게' 살아도 괜찮은 거라고,

우리 모두에겐 그러한 권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

그것이 바로 성평등 교육인 것이다.


그러니 성평등 교육을 위해 구태여 핑크 드레스 대신 파란 셔츠를 입힐 필요는 없다.

자신이 사랑하는 핑크와 드레스를 실컷 입어도 무방하다.


다만 '핑크 드레스를 입는 건 밥맛이야'라는

또래문화의 차별에 맞서 아직 어린 우리 아이가

홀로 꿋꿋이 핑크 드레스를 입고 등원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게 핑크 드레스를 입은들 아이가 행복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히려 위축되고, 두렵고, 핑크와 드레스를 증오하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앞서 핑크색 드레스를 실컷 입히라더니,

이젠 아이를 외롭게 투쟁하도록 하지 말라

이 모순을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까?


답은 간단하다.

아이가 자신의 취향을 오롯이 존중받으며 흠뻑 행복할 수 있도록 안전한 환경에서 실컷 입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가정에서 매주 휴일을 '드레스 입는 날'로 지정해도 좋다. 인근 문화센터의 발레 수업을 수강하며

또래 친구들과 함께 예쁜 발레복을 실컷 입을 수 있도록 해도 좋다. 나를 대리 할 수 있는 인형을 활용하여 옷가게 놀이를 해도 좋다.


아이는 아직 어리다.

아이 스스로 자신이 속한 차별적 문화에

맞서는 것도 분명 멋진 일이지만

아이에게 덜컥 잔다르크의 임무를 부여하기 전에,

아이가 자신의 취향을 존중받으며 안전하게 누릴 수 있도록

어른인 우리가 먼저 그런 환경을 구성해야 하지 않을까?


일차적으로는 위의 방법들로

아이가 핑크 드레스를 마음껏 입을 수 있도록 돕되

이차적으로는 아이 앞에 놓인 환경(문화와 제도 등)을 바꾸기 위한 다양한 액션을 취해야 다.

가장 가깝게는 해당 원에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성평등 교육이나 레스 파티 등을 진행할 수 있도록 건의를 하고, 나아가 성차별적 컨텐츠를 소비하지 않고, 성평등 캠페인에 동참하고, 련 법안에 관심을 기울이며 기부를 하는 등 말이다.


남자든, 여자든, 성 정체성이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

성평등 교육을 그 '행복'을 지키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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